인터뷰 l 오지원 특조위 피해자지원과장
“피해자 시각 세월호 참사 대책 첫 시도”
기존 백서는 공무원 입장서 나열
유가족·생존자 목소리 생생하게
매뉴얼 등 만들어 정책 반영 추진
할 일 많은데 시간·인력 너무 부족
사회적 공감대 약해 안타까워
“피해자 시각 세월호 참사 대책 첫 시도”
기존 백서는 공무원 입장서 나열
유가족·생존자 목소리 생생하게
매뉴얼 등 만들어 정책 반영 추진
할 일 많은데 시간·인력 너무 부족
사회적 공감대 약해 안타까워
304명의 안타까운 목숨(미수습자 포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밤, 경기도 수원에서 활동하던 오지원(39·사진) 변호사의 꿈에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나왔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오 변호사의 집 앞에 찾아와 웃고 있었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컸던 오 변호사는 그길로 안산으로 달려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세월호대책특별위원회’에 합류해 피해자 법률 지원에 나섰다. 그해 여름, 예정돼 있던 미국 연수를 떠났지만 일정을 두 달가량 앞당겨 귀국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이 그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오 변호사는 특조위에서 ‘피해자지원점검과장’이란 새 직책으로 불리고 있다. 특조위 직원 9명과 함께 안산과 전남 진도, 인천, 제주 등을 돌며 아직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그의 일이다. 피해자의 얘기를 듣는 자리에선 눈물을 꾹 참았다가, 헤어지고 난 뒤 펑펑 운 날이 숱하다고 한다.
피해자지원점검과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피해자 지원 실태조사’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비롯해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등 대형 참사가 많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재난 피해자 지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에서 작성한 참사 백서를 보면 공무원의 시각으로 나열돼 있을 뿐 피해자의 시각으로 참사를 정리한 경우는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국가의 대응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 지원 관련 매뉴얼과 교육훈련 방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 과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저동 특조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특조위는 현재 △단원고 희생자 가족 △단원고 생존 학생과 가족 △일반인 승객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등 피해자군별로 나눠, 연구용역을 맡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기관에 대한 권고 내용을 만들어, 제대로 된 지원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조위의 역할이다.
오 과장 등은 특히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밖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주검 수습에 참가했던 민간 잠수사들이 부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손실을 입은 진도 어민에 대한 보상 현황과 실태 파악 및 대안 모색을 위한 직권조사도 개시했다.
이처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조위가 제 모양을 갖춘 건 지난해 7월 말이고, 예산은 6월 말까지만 배정된 상태다. 4명으로 시작한 피해자지원점검과 직원은 아직도 10명뿐이다. 정부는 보내주겠다던 파견 공무원을 넉 달째 보내지 않고 있다. 오 과장은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1년 안에 끝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특조위의 활동 기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활동의 충실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아쉽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특히 특조위가 여야의 정치적 시빗거리로만 부각되면서, 특조위 활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싸웠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언제든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참사를 반성하고 교훈을 얻자는 특조위 활동이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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