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416 대학생 새로 배움터’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교실을 둘러본 뒤 운동장에서 추모의 의미로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월호 분향소 찾은 16학번 새내기들
단원고 희생자 형제자매들
26개 대학생 100여명
안산서 만나 ‘세월호 추모’
친구들 “너에겐 간절했을 삶
헛되이 살지 않을게”
유족들 “참사 잊지 말고
부모님께 사랑표현 많이 해줘”
단원고 희생자 형제자매들
26개 대학생 100여명
안산서 만나 ‘세월호 추모’
친구들 “너에겐 간절했을 삶
헛되이 살지 않을게”
유족들 “참사 잊지 말고
부모님께 사랑표현 많이 해줘”
지난 26일, 한동안 인적이 뜸했던 경기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오랜만에 붐볐다. 부산·목포·춘천 등 전국 26개 대학의 16학번 새내기를 비롯한 대학생 106명을,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었던 단원고 희생자들의 형제자매 10여명이 맞았다. 희생자 형제자매들은 한달 전부터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준비위원회와 함께 1박2일 동안의 ‘4·16 대학생 새로 배움터’를 직접 기획했다.
참사에서 동생 박성빈양을 잃은 박가을(24)씨는 동생의 영정 앞에서 동생 또래인 대학생들에게 동생을 소개했다.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던 박씨는 “수학여행 전에 영상통화로 옷도 골라줬는데, 내 신발을 신고 가서 한 짝은 신지 않은 채 돌아왔다”고 말했다. 학교에 붙어 있던 행사 포스터를 보고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양대 16학번 김아무개(21)씨는 분향소 밖을 나온 뒤에도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김씨는 “분향소에 처음 왔는데 영정을 보니까 눈물이 너무 났다”며 “뉴스를 보면서 슬퍼하는 게 전부였는데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새내기만 온 것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등병이어서 아무것도 못한 것이 죄스러워서 왔다”는 전역한 지 두달 된 성지훈(23)씨를 비롯한 ‘헌내기’들도 많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서 희생자들의 초·중학생 동생들과 멘토링 활동을 해왔다는 오소영(22)씨는 “아이들이 밝고 명랑해서 이겨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난겨울 초등학생이던 아이에게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뭐냐’고 물었을 때 ‘오빠 유골함’이라고 대답했다”며 “아이들이 아직도 잊지 않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어진 간담회·다과회에서 대학생들은 형제자매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싸워왔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다. 참사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휴학한 뒤 부모님이 운영하던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가을씨는 “어른들이 만날 때마다 동생이 없으니 나라도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동생을 잃고 알게 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사실에 대해 회피하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과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온다는 말에 병원을 급히 퇴원하고 찾은 희생자 어머니도 있었다.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우리 아이들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데 안부인사 하듯이 (희생자) 엄마·아빠들과 아이들을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며 “집에 돌아가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꼭 알려주고, 부모님께 사랑 표현 많이 해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학생들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외침으로 화답했다.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이 덮었던 이불을 덮고 짧은 밤을 보낸 대학생들은 이튿날 아침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고리를 함께 만들고 단원고 교실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신대학교 16학번 김윤정(20)씨는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삶이 누군가에겐 간절한 삶이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헛되이 삶을 살지 않겠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동생들을 잃고 맞은 두번째 봄, 형제자매들에게도 이날 만남은 뜻깊었다. 희생자인 권오천군의 형 권오현(30)씨는 “동생 생각이 나서 동생 또래 아이들을 보는 것이 그동안 힘들었는데, 마음을 열고 대화할 기회가 생겨 좋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힘을 얻게 됐다”고 했다.
안산/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었던 단원고 희생자들의 형제자매 10여 명이 기획한 ‘416 대학생 새로 배움터’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이 쓰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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