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무궁화동산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을 찾은 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녀딸 엠마 캐슬린 페러가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왼쪽은 헵번의 손자 아돈 호퍼 페러. 2016.4.9 연합뉴스
“이 숲 보며 세월호 기억하길” 추모글
은행나무 300여그루 심은 숲 준공
헵번 아들이 제안…팽목항서 4.16km
은행나무 300여그루 심은 숲 준공
헵번 아들이 제안…팽목항서 4.16km
“꽃 대신 숲을 헌정합니다. 갈수록 굳세지는 나무들처럼 세월호가 잊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 9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 부근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숲’ 준공식에서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자녀인 엠마 캐슬린 페러(21), 아돈 호퍼 페러(20)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가족들이 겪고 있는 형용하기 어려운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데 마음을 보태고 싶다”며 추모글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모아 이곳에 생명과 사랑, 회복의 씨앗을 뿌렸다. 앞으로 이 숲이 희생자 가족들한테는 위로를 주고, 일반인들한테는 사건을 기억하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숲 제안자인 아버지 션 헵번 페러 대신 참석한 이들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채 추모글을 숙연하게 읽어 내렸다. 이들은 “꽃은 시들어도 숲은 시들지 않는다. 이 숲의 나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세지고 장대해져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세월호 가족들이 가진 의문이 반드시 풀려야 한다. 미수습자 귀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준공식이 끝난 뒤 참석자 100여명은 나무마다 노란 리본을 묶어주며 희생자들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을 표현했다.
이 숲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인권 신장에 앞장섰던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과 4·16가족대책협의회는 온라인 모금 방식으로 사업비를 모았다. 모금 운동에는 시민 2985명이 동참해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2억1200만원을 내놓았다.
이 숲은 진도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진도군 임회면 백동리 언덕길에 만들어졌다. 기억과 추모라는 애초 뜻을 살려 수종은 수령이 천년에 이르고, 노란 단풍이 드는 은행나무를 선택했다. 숲 가운데엔 길이 ‘416㎝’, ‘ㅅ’ 자 형태로, 상단은 석재, 하단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인 기억의 벽을 만들었다. 벽면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비롯해 추모글, 조성 배경, 기부자 등을 새겼다. 특히 상단에는 희생자 수를 상징하는 304개의 주름을 구분 짓고 안타까운 추모글들을 적어 넣었다.
설계자인 건축가 양수인씨는 벽면의 높이를 476㎝, 325㎝, 151㎝로 달리해 탑승객수, 단원고 학생수, 일반인수를 각각 표시했다. 하단의 높이는 부문별 생존자수를 172㎝, 75㎝, 97㎝로 표시해 단원고 학생 생존자의 비율이 현저히 낮음을 나타냈다. 양씨는 “남은 이들이 이 안타까운 사건의 사실을 직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숲과 벽은 기억과 추모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진도 팽목항/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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