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해제 문서의 맥아더 관련 내용.
1947년 캐나다 비밀문서… 맥아더 “강력한 통치자 필요”주장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정부 수립 직전인 1947년 한국 상황을 평가하면서 “한국인들은 일본인들과 달리,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에겐 (권위적인) 강력한 통치자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아더 장군의 이런 발언은 1947년 10월 그와 대화를 나눈 E.H. 노먼 캐나다 주일대표부 대표가 본국정부에 보고한 비밀문서에 담겨 있다. 최근 비밀해제된 이 문서를 오타와의 캐나다 문서보관서에서 입수했다. ‘맥아더 장군과의 대화’란 제목의 5쪽짜리 이 문서엔 동아시아 각국에 대한 맥아더 장군의 평가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당시 일본 점령군사령관이던 맥아더는 일본에 대해선 “민주주의를 할 자질이 있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맥아더가 본 1947년 한국 “민주주의 준비 안됐다”
반면에 러시아인에 대해선 “유연하지 못하고 무자비한 민족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단호함(firmness)을 가지고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먼 대표는 “맥아더 사고의 특징 중 하나는 때때로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그 대표적 예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들었다. 노먼은 “맥아더는 일본인의 (미군) 점령 수용을 민주주의적 생활방식에 대한 심리적 성숙으로 간주한 반면에, 소란스런 한국인들에겐 민주주의 대신에 권위주의 체제가 적합하다고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 “보기 드문 지적인 군인”= 노먼 캐나다 대표는 전체적으로 맥아더를 “직업군인으로선 드물게 사려 깊고, 역사적 범주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언어 재능은 놀라울 정도다”라고 평가했다. 노먼은 일본 점령을 바라보는 맥아더의 시각을 그 예로 들었다. 맥아더는 “최대 3~4년이 지나면 점령상황은 악화되고 (점령의) 성과들은 위협을 받는다. 역사적으로 (장기간의) 점령이 성공한 사례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로마시대) 줄리어스 케사르의 갈리아 점령뿐”이라고 말해, 미군의 일본 점령을 조기에 끝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노먼 대표는 맥아더의 아시아를 보는 시각에 또한번 놀랐다고 밝혔다. 맥아더는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고, 아시아 민족들의 정치·사회운동이 차기 역사무대의 결정적 특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동아시아를 현 세계역사의 핵심으로 봤고, 유럽은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부차적인 지역으로 생각했다. 맥아더는 이런 측면에서 “일본이 민주국가로서 확고하게 선다면, 일본은 아시아의 결정적인 안전판으로 기능할 것이고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봉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먼은 전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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