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 여론조사
‘잘 기억한다’ 20대가 가장 많아
30~40대 ‘진상규명 잘못’ 비중 높아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덜해
‘잘 기억한다’ 20대가 가장 많아
30~40대 ‘진상규명 잘못’ 비중 높아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덜해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진보 성향의 30~40대는 세월호 참사가 뇌리에 깊은 상처로 남은 듯 전반적으로 진상규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보수 성향의 50대 이상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상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이념적 성향에 따라 다른 관점이 드러났다.
세대별로 가장 두드러진 인식의 격차를 보인 지점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50대 이상에서는 ‘잘 이뤄진다’는 답변이 더 높았는데, 30~40대 사이에서는 ‘잘못 이뤄진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세대별로 인식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20대(만 19~29살) 응답자는 ‘세월호 참사를 잘 기억하고 있다’는 경우가 57.2%로 가장 많았으며, ‘잊고 싶은 마음’(43.4%)은 가장 적었다.
이념·지역 성향에 따라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잘 기억하고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주로 보수 성향을 지닌 대구·경북 지역의 20대, 70대 남성이 많았다. 이들은 ‘평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라고도 볼 수 있는 진보 성향의 30~40대는 이들과 달리 ‘세월호 참사를 자주 생각한다’는 답변을 많이 했다.
진상규명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세대별, 이념 성향별로 구분이 이뤄졌다. 30~40대 사이에서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60대 이상에선 ‘야당’을 걸림돌로 지목하는 사람이 많았다. 보수 성향의 응답자들도 ‘대통령과 정부’(27.6%)와 ‘야당’(25.4%)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야당도 문제라는 해석도 해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30~40대, 진보 성향의 응답자는 ‘이전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관적인 답변이 많았고, 50대 이상, 보수 성향의 응답자는 ‘이전과 별 차이 없다’거나 ‘이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와 ‘잊고 싶다’는 응답에서는 세대별로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젊은층에선 ‘기억’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고, 중장년층에서는 ‘잊고 싶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세월호 참사를 얼마나 자주 떠올리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30~40대는 80% 이상이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50대도 66.7%가 같은 답변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를 잊고자 하는 의지는 50대 이상의 응답자 쪽에서 더 강하게 드러났다.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56.4%, 63%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때 잊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답했다. 30~40대는 이들보다 낮은 50% 안팎의 응답률을 보였다. 보수층(60.8%)과 진보층(44.9%) 사이에서도 ‘잊고 싶다’는 응답자는 꽤 많았는데, 결국 두 문항과 관련해 세대별, 이념 성향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른바 ‘세월호 피로감’은 세대별, 이념 성향별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한겨레>가 지난해 초 발표한 광복 70주년 여론조사를 보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50대 이상은 ‘한국전쟁’을, 40대 이하는 ‘세월호 참사’를 꼽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한국전쟁이 ‘어렵게 국가를 세웠는데 국가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 속에서 국가를 지키려 했던 사건’이라면, 세월호 참사는 ‘국가로부터 우리 존재가 버려질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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