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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참사뒤 변한게 없어…우리가 바꿔야죠, 투표권도 생겼는데”

등록 2016-04-21 19:11수정 2016-04-22 18:28

[세월호와 사람들]
대학생 돼 2년만에 만난 ‘세월호 세대’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가 대학 새내기가 된 안창신·김지은·김용환·김도윤·김예인(왼쪽부터)씨가 참사 2주기를 맞아 지난 6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오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맨 오른쪽)의 사회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가 대학 새내기가 된 안창신·김지은·김용환·김도윤·김예인(왼쪽부터)씨가 참사 2주기를 맞아 지난 6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오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맨 오른쪽)의 사회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우리부터는 달라질 거예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될 무렵, 1997년생 고등학교 2학년생 6명은 이렇게 말했다.(<한겨레> 2014년 8월22일치 8면 참조) 어른들의 잘못을 잊지 않고 ‘우리’가 바꿔 나가리라는 다짐이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이라는 점 때문에 ‘세월호 세대’로 불리기도 한 이들은 이제 모두 대학 새내기가 됐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오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아 이들 중 5명이 2년 만에 다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가슴속에 세월호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엠티도 재밌고 원하던 수업도 듣고 술도 마실 수 있어서 좋다”며 오랜만에 근황을 주고받던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면 드는 느낌’을 얘기하기 시작하자, 미안함과 죄책감을 먼저 고백했다. 김지은(19·건국대 경제학과)씨는 “수능 공부 하는 것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랜덤으로 누군가 죽어야 했는데 그 아이들이 죽은 느낌인데 저는 독서실 간다고 추모행사도 못 갔어요. 공부만 한다는 게 죄책감이 들었어요.” 2년 전 지은씨는 “어른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게 이상하다”며 “그러니 정부가 ‘그냥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었다. 지난 2년은 어른들을 향한 분노에서, 입시 준비로 추모제에도 참석하지 못하거나 종종 세월호를 잊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감정이 옮겨온 시간이었다. 안창신(19·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씨도 “세월호를 기억할 때가 있고 잊을 때가 있다. 항상 울어줄 수 없고 항상 마음에 담아둘 수 없다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더 잊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했다. 김예인(19·한양여대 인테리어디자인과)씨는 “아는 애들도 아니고 지역도 다른데, 여전히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라도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그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때 떠올리기만 하면 눈물이
진척없는 진상규명 어이없어
특별법은 유족 뜻이 가장 중요

메르스 사태 보면서 깨달은 건
‘우리사회 달라진 게 없구나’

국가에 불신·불만이 쌓이지만
우리세대가 달라진다면 ‘희망’

‘세월호 세대’로 불리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지은씨는 “사람은 말이 만들어지면 그 말에 맞춰서 또 뭔가가 생기지 않나. ‘세월호 세대’라는 단어가 있으면 행동도 의무감 있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도윤(19·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씨는 “저는 좀 부담스럽다. 안산에서 고등학교 나왔다거나 안산에 산다는 얘길 하면 어딜 가도 세월호에서 희생된 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본다. 가볍게 할 얘기가 아닌데도 너무 쉽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진척 없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당시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 유가족들이 왜 굶어야 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특별법은 여야가 싸울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에게 제일 많이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던 창신씨는 이날도 “가족들이 바랄 때까지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하고 가족이 원하지 않는 규명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예인씨는 “아직도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 2년이나 지났는데 변화가 없다. 왜 2년 동안 끊임없이 말했는데 되는 일이 없는지 답답하고 아직까지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고 했다.

97년생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뿌리 깊게 심어놓은 계기가 된 듯했다. 예인씨는 “지상파 뉴스보다도 팟캐스트를 훨씬 믿는다”고 말했다. 지은씨도 “세월호 때 지상파에서 ‘전원 구조’ 오보도 냈고, 세월호 이슈를 빨리 접고 예전으로 복귀하지 않았느냐”며 “지상파 뉴스에서 어떤 이슈를 접하면 ‘이게 과연 맞을까’ 하고 인터넷이나 다른 방송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2년 전 이들은 공통적으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부모님들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대부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며 웃었다. 도윤씨는 “부모님은 이제 공부 좀 하고, 일찍 좀 들어오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예인씨가 “사소하게 바뀐 게 있다면 안전에 많이 신경쓰게 됐다”며 “안전벨트를 별로 잘 안 했는데 무조건 채우게 되고 손 씻고 마스크 한다”고 말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사회는 좀 달라졌을까. 창신씨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에 메르스가 터지고 안전에 대해서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깨달은 건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달라졌구나’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도윤씨는 “총선에서 안산 지역은 아픔을 가진 도시라며 내가 치유하겠다느니 발전시킨다느니 하는데 그것조차 ‘가짜’ 같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오지연 국장은 “선생님들도 여전히 마음이 아파서 교실에서 세월호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힘들지만 서로 얘기하면 의지가 되고 연대가 생긴다. 앞으로도 돈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얘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함없는 건 “우리부터는 달라지겠다”는 이들의 굳건한 믿음이었다. 김용환(19·명지대 경영학과)씨는 “그것만이 희망”이라고 했다. “세월호 이후에도 메르스, 국정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겪으며 한국에 사는 것에 대해 불신과 불만이 쌓였지만, 그래도 다음 대선엔 저희도 투표할 수 있잖아요. 아픔을 겪었으니 우리 세대는 그러지 말아야지, 우리 세대가 바꿔야지 하는 희망이 생긴 건 좋은 일 아닐까요?”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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