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교육부 산하기구 2곳
위원들 넉달넘게 공석상태
위원들 넉달넘게 공석상태
‘현대판 음서제’ 논란에 이어 출신대학을 차별하는 ‘학벌 카스트제’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로스쿨을 감독하고 규제할 책임이 있는 법정 기구 2곳은 위원 임기 만료 넉달이 지나도록 신임 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에 근거 규정을 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소속 로스쿨평가위원회와 교육부 장관 소속 법학교육위원회는 위원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사실상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두 기구는 특정 시기에만 활동하는 한시기구가 아닌 위원 임기가 2년으로 정해져 있는 상설기구다. 최근 출신대학을 다섯 등급으로 나눠 큰 폭의 점수 차이를 둠으로써 사실상 ‘출신대 등급제’를 시행한 한 사립대 로스쿨의 내부 문건이 드러남에 따라(▷[단독] ‘SKY는 S등급’…사립로스쿨 출신대학 카스트제) 시민단체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로스쿨 인가 취소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공식 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조사를 맡을 기구가 사실상 부재한 것이다.
로스쿨평가위원회의 경우 지난 2월 3기 평가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넉달째 4기 위원들이 위촉되지 않았다. 평가위원회 위원 11명은 변협 회장이 위촉하며 위원장도 변협 회장이 임명한다. 변협 쪽은 이에 대해 “위원 임기가 2월10일자로 만료돼 1월14일 교육부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였으나 교육부 추천서가 5월24일에야 도착했다. 위원장 인선이 문제인데, 교육부 추천 명단까지 보고 인선을 진행하려다 보니 늦어졌다”고 밝혔다. 로스쿨평가위원회는 로스쿨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책임지는 기구로 5년 만에 한 번씩 정기평가를 하며, ‘시급히 평가가 필요한 경우’ 등 그 외 시기에도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 소속의 법학교육위원회 역시 임기가 끝난 일부 위원들의 자리가 몇 달째 비어 있다. 교육부가 제공한 법학교육위원회 명단에 있는 한 위원은 “지난 3월께 내 임기는 끝난 줄로 알고 있는데, 아직 별다른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임기 만료 위원 가운데 몇 명을 교체할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법학교육위원회는 로스쿨 운영기준 준수 여부, 변경인가, 정원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두 위원회는 모두 평가나 심의에 필요한 사실조사를 위해 조사위원을 따로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평가·심의 결과는 교육부 장관을 거쳐 로스쿨 인가 취소, 정원 감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상희 로스쿨교수협의회 상임대표(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평가위원회는 현재 5년 주기 정기평가만 하는 형식적인 기구가 됐고, 법학교육위원회 역시 2008년 로스쿨 인가 이후에 활동이 유명무실해졌다”며 “로스쿨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되고 사시존치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로스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견제하라고 만든 두 기구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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