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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세월호 수습하다 목숨 끊은 경찰…2년 동안 외면한 국가

등록 2016-06-29 10:22수정 2016-06-29 11:31

2014년 4월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당시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경비계장이었던 김아무개 경감은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부터 2014년 6월26일까지 희생자 시신 유가족 찾아주는 업무, 실종자 가족 애로사항을 파악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전달하는 업무, 인근 어민들과 소상공인 피해 대책수립 및 시행업무 등을 밤낮없이 수행하다 세상을 등졌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4년 4월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당시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경비계장이었던 김아무개 경감은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부터 2014년 6월26일까지 희생자 시신 유가족 찾아주는 업무, 실종자 가족 애로사항을 파악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전달하는 업무, 인근 어민들과 소상공인 피해 대책수립 및 시행업무 등을 밤낮없이 수행하다 세상을 등졌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4년 6월 73일간 참사 수습해 온 진도경찰서 정보경비계장 투신
2014년 9월 공무원연금공단 “김 경감 죽음, 공무와 상관없다” 통보
2014년 12월 김 경감 아내,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제기
2016년 6월 서울행정법원 “고인의 죽음, 업무상 재해” 원고 승소 판결

2014년 6월26일 밤 10시께, 한 사내가 전남 진도대교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던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경비계장 김아무개(당시 49살) 경감이었습니다. 그는 실종된 지 9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고인은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부터 꼬박 73일 동안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을 밤낮없이 지켰습니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들끓던 그곳에서, 자신도 자식을 잃어봤기 때문에 그 아픔을 안다며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했습니다. 차마 주검을 마주하지 못하는 유가족 대신 주검을 보고 와 상태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정부와 가족들 간 갈등을 중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 한겨레21 <1032호> 울던 그를 우리는 안아주지 못했다)

“나라에선 아빠가 애쓴 걸 인정해주지 않았어”

지난 6월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김 경감의 죽음이 업무로 인한 재해라고 판단합니다. 2014년 12월 고인의 아내 김아무개(43)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지요. 남편을 보낸 지 2년 만에, 그 죽음이 나랏일 때문임을 인정받은 아내 김씨는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2년 동안 훌쩍 자란 아이는 엄마에게 무슨 일인지를 알려달라 보챘습니다.

아빠는 세월호 업무를 열심히 하시다 돌아가셨어.

나라에선 아빠가 애쓴 걸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가 훌륭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엄마가 싸웠거든.

그래서 판사님이 아빠가 훌륭한 분이라고 인정해주신 거야.

2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우선 2014년 9월로 가보겠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때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 아니라 기대했던 특진 심사 탈락으로 인해 과하게 마신 술이 결정적 원인”이라며 김 경감의 사망은 공무와 상관이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아내 김씨는 이러한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세상을 등질 이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공무상 사망이 아니라면 순직을 인정받을 길도 없어집니다. 아내 김씨는 고인의 사연을 접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김상훈 변호사와 광주전남지역 공익변호사모임 동행의 이소아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가 김 경감의 죽음이 나랏일과 관련이 있다고 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세월호 침몰 당일부터 70여일 동안 3~4일을 제외하고는 집에 가지 못한 채 경찰서나 세월호 현장에서 숙식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 고인은 인양된 희생자 시신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인계하는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주검을 접했을 뿐 아니라, 슬픔과 상실감을 안고 있는 희생자·실종자 가족을 면담하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대형 재난을 수습하는 최전선에서 수많은 죽음과 슬픔, 상실감에 노출돼 받은 스트레스는 경찰공무원으로서도 통상적으로 겪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봄이 타당하다.

특히 고인은 세월호 사고 발생 약 2년 전 아들이 숨지는 사건을 겪었는데 이러한 경험이 수많은 죽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겹쳐 우울증을 발병케 했을 개연성이 있다.

우울증이 발병한 상태에서 대형 재난에 대처해 성실히 직무에 임했던 경찰공무원들의 노고를 평가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특진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 상황도 우울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선고까지 1년6개월…“공무원연금공단이 증거에 계속 문제제기”

보통, 자살의 경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죽음임을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고인의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의 증언이 고인의 심리를 추론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말은 객관적인 증거로 삼기가 부족하다는 반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김 경감의 죽음이 나랏일과 관련됐음을 인정받는 데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소아 변호사는 “김 경감의 죽음이 공무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원고(김 경감의 아내)가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의료 전문의에게 소견을 묻는 감정 신청을 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우리가 신청한 감정 방법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에서 원고는 원고가 원하는 방법으로, 피고는 피고가 원하는 방법으로 각자 비용을 들여 김 경감의 죽음에 대해 감정을 신청하라는 결론을 냈다. 소송이 길어진 까닭은 우리가 내놓은 증거에 대해 공무원연금공단이 계속해서 증거력에 문제를 제기(탄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이 신뢰할 만한 의료 전문가로부터 소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므로 김 경감 아내 쪽 변호인들은 심사숙고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전문의를 지정해 감정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병원은 법원에서 보낸 감정 신청을 거절합니다. 이번엔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 전문의를 지정했지만, 이 병원도 감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월호 참사 현장에 의료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던 국립 나주병원을 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감정 신청을 받아들인 나주병원에선 김 경감의 죽음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앞서 공무원연금공단이 지정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선 나주병원이 내린 결론과는 상반된 감정 결과를 내놓은 상태였지요.

2014년 6월26일 김아무개 경감이 유명을 달리한  장소인 전남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진도대교.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4년 6월26일 김아무개 경감이 유명을 달리한 장소인 전남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진도대교.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 경감 가족 챙겨온 유가족…법정 다툼 끝날진 미지수

아내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을 결심했을 당시, 김 경감의 유해는 전남 목포에 위치한 사찰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순직 인정을 받아 현충원에서 쉬기를 소망했습니다. 그의 집 현관에는 윤이 나도록 닦인 갈색 남자 구두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면서 김 경감의 유해는 집안 선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품도 하늘로 올려보냈습니다.

변함이 없었던 건, 세월호 유가족과 김 경감의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 김씨는 여전히 단원고 2학년 7반 안중근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신을 챙겨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도대교에서 사라진 김 경감을 찾아 수색작업이 진행됐을 당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들의 가족보다 김 경감을 먼저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희생자 가족들과 진도의 자원봉사자들은 김 경감의 죽음이 나랏일과 무관치 않음을 인정해 달라고 탄원하기도 했습니다.

안중근 학생 아버지 안영진(48)씨는 김 경감에 대해 ‘참사가 맺어준 의형제’라고 표현했습니다. 중근 학생은 참사 54일째 되던 2014년 6월8일에서야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진도에서 54일간 있었을 때, 그분과 아침저녁으로
서로 문안인사를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어요.
그분도 자식을 잃었다는
아픔을 터놓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안산으로 돌아온 뒤 아이 엄마와 강원도를 갔는데,
그날 저녁 김 경감한테 전화를 했어요. 목소리를 들으려고. 그런데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나,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날 사고가 났어요. 그때 내 전화를 받았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이번 선고가 그대로 확정되면 좋겠는데….

참사 당시 김 경감과 함께 일했던 동료 경찰은 “유독 희생자 가족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간 분이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소송 결과가 좋게 나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안도감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항소를 하면 또다시 법정 다툼을 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공단 법무실은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공공기관 소송은 서울고등검찰청 지휘를 받는데, 아직 항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디스팩트 시즌3#8_세월호 잠수사 "이주영 장관 의형제 맺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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