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이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실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우병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특별감찰한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18일 우 수석 장남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정강을 통한 ‘생활비 떠넘기기’ 의혹 2건을 각각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등으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했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치권 안팎의 사퇴 요구를 거부해온 우 수석의 거취가 중대 기로에 섰다.
특별감찰관법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의 불법 혐의를 상당 부분 파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의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함에 따라 그동안 ‘의혹만으로 사퇴시킬 수 없다’며 우 수석을 감싸온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조처를 취할지 관심이 모인다.
우 수석은 의경 복무 중인 장남이 정부서울청사에 배치된 지 두 달여 만에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전보되는 등 경찰 내규에 어긋나는 보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사고 있다. 특별감찰관실은 경찰 수뇌부가 우 수석의 장남에게 보직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우 수석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별감찰관실은 우 수석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정강 명의로 고급 외제차 마세라티를 리스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통신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회사에 떠넘긴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명의 차량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 생활비를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하면 횡령과 탈세 혐의로 형사처벌된다.
이 특별감찰관은 19일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을 종료한 뒤 다음주 초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찰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감찰 결과를 검토한 뒤 조만간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우 수석 사퇴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하여,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가 제기된 상황에서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고 생각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도 “공정한 수사를 위해 우 수석은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도 요구하고 있어 이 특별감찰관의 거취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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