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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남기씨 부검 영장 청구소식에 장례식장 팽팽한 긴장감

등록 2016-09-25 18:06수정 2016-09-26 00:54

백남기대책위 “물대포 사망 명백
부검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
시민들 장례식장 철통 방어

경찰, 민·형사 소송 걸려있어
부검입장 강경…한밤 영장 청구
부검 집행대비 3600명 배치
경찰 물대포로 중태에 빠졌던 백남기씨가 25일 오후 316일 만에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시민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경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경찰 물대포로 중태에 빠졌던 백남기씨가 25일 오후 316일 만에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시민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경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5일 끝내 숨진 백남기 농민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둘러싸고 백씨 유족 및 시민사회단체 쪽과 수사기관이 밤늦도록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다.

백씨의 건강상태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의사들은 이날 저녁 6시30분께부터 진행된 검시에 참여한 뒤 밤 9시2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부터 진단됐던 뇌골절, 두개골 골절, 안와 골절, 광대부위 다발성 골절 등과 어긋난 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법의관도 ‘외상에 따른 뇌손상이 사망원인이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명백한 사망의 원인을 두고 외인사냐 병사냐 하는 건 신경외과 의사로서 고민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 운운하는 것은 발병원인을 왜곡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백씨 변호인단 단장을 맡은 이정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백씨를 수술했던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물대포 직사 살수가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인이 명확한데도 부검하는 것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말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경찰이 주검을 인도해 갈 것에 대비해 백씨가 숨진 중환자실에서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오후 2시가 지나 중환자실 밖으로 주검의 모습이 드러나자 100여명의 시민이 철통같은 방어태세를 유지했다. 주검을 실은 구급차가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할 때도 시민 200여명이 서로 팔짱을 껴 벽을 만든 채 구급차를 감쌌다. 이 때문에 불과 200m 남짓 이동하는 데도 20분이 넘게 걸렸다. 백씨가 숨지자 경찰은 부검 집행에 대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과 서울 양천구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등에 45개 부대, 3600여명을 배치했다.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는 시민과 경찰의 대치 속에 밤 늦게까지 백씨 추모 집회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백남기를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정부를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백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늦게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빈소는 수녀님들의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추모 시민들의 헌화가 계속됐다. 추모객이 몰려 장례식장 출입문 밖까지 100여m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날 밤 늦게 백씨 시신에 대해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26일 자정께 검찰은 “사망한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병사나 자연사가 아니고 변사기 때문에 절차상 부검을 해야 한다”며 “유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하기도 한다. 현재 민·형사 소송이 걸려있고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부검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씨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2억4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기소여부를 결정하려면 사인을 부검을 통해 공식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적어도 경찰들에게 업무상과실치상은 인정될 텐데, 부검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경찰 쪽 변호인이 문제 삼을 수 있다. 진상을 밝히려면 대책위가 유족을 설득해 부검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책위 관계자는 “(백남기 농민) 부검이 필요없다는 입장은 변함없다. 부검을 시도하려는 것은 사인을 바꾸려는 시도다. 용납할 수 없고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욱 김지훈 박수진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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