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유가족들이 '부검영장을 기각해달라'며 판사에게 자필로 쓴 탄원서. 유가족 제공.
백남기 농민 가족들이 ‘부검영장을 기각해달라’며 판사에게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족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패륜,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영장 기각을 간절히 호소했다.
백남기 대책위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이 쓴 탄원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가해자로 저희에게 형사고발을 당한 경찰이 저희 아버지, 남편의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을 거듭 신청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희는 아버지, 남편을 고이 보내드릴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경찰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적었다. 이어 “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병원 주변에 경찰차 수십대와 경찰 수백명을 배치해 유족들과 대책위,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시민들께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켰고, 무력으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법원에서 부검 영장을 기각을 했는데도 재신청한 것을 보면 저희의 의심이 사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10개월간의 의료 기록이 이미 있고, 이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미 경찰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거라면 충분히 고인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며 “그런데도 경찰은 왜 거듭 부검 영장을 신청하는지 유족으로서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수도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들은 “부디 존경하는 판사님께서 유족들의 뜻을 받아주시고, 부검 영장 발부를 반려해주시길 눈물로 호소 드립니다”라며 탄원서를 끝맺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