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위원장 지시 거부
자원봉사자 감사장 제작도 거부
세월호 동영상 공개 방침도
홈피 비번 돌연 바뀌어 실행 안돼
자원봉사자 감사장 제작도 거부
세월호 동영상 공개 방침도
홈피 비번 돌연 바뀌어 실행 안돼
그는 지난 27일 오후 일과를 비우고 서울 중구 저동에 있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사무실에 도착했다. 전날 특조위가 “내일 오후 3시 특조위 위원장실로 오시라”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원봉사로 수고해준 시민 20여명에게 이석태 위원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할 것이라고 했다.
위원장실 공기가 이상했다. 운영지원담당관실(정부 파견)에서 감사장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감사장 수여는 특조위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었다. 위원장실에 왔던 시민들은 이 위원장의 경위 설명과 사과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특조위는 엄연한 국가기구인데 위계질서가 생명인 공무원이 위에서 내린 공식 결정을 무시하는 건 나라를 무너뜨리는 행위 아니냐. 이게 바로 세월호 참사의 본질 아니냐.” 그는 이름도 나이도 밝히기를 꺼렸다.
같은 날 오전 특조위는 마지막 공식 사업 보고회를 열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둘라에이스호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디지털 포렌식 방법으로 분석해 세월호의 항적 위치를 파악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해양수산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위치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내용이었다.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사료적인 가치가 큰 만큼 오후에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 볼 수 있게 하겠다”며 “진상 규명에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쯤 권 소위원장의 고성이 들렸다. 동영상과 사업 보고서를 대문화면 ‘위원회 활동’난에 올리려고 전원위 관리자 페이지 비밀번호를 입력했으나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운영지원담당관실 쪽에 알아보니 “시스템 오류”라고 했다 한다. 시스템 오류라면 3개 소위원회 관리자 페이지들도 열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대외협력담당관실 몰래 비밀번호가 변경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대외협력담당관실은 하는 수 없이 하위 카테고리인 진상규명소위 페이지에 영상을 올렸다. 29일 일과가 끝날 때까지도 전원위 관리자 페이지는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말 특조위에 들어온 한 직원은 담배를 피워 물고 말했다. “업무방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사람들(정부 파견 공무원들) 방법이 더 치졸해졌다.” 그러고는 지난 1년여를 더듬었다.
공무원이면 생일에 누구나 받는 3만원을 특조위 직원들도 받은 걸 ‘폭로’하며 보수언론은 “돈 잔치”라고 했다. 직원 한 명이 부서를 옮기는 과정에서 야식비 6000원이 양쪽 부서에서 중복 계산된 것은 “방만 운영”이었다. 그걸 알 수 있는 건 내부자밖에 없었다. 지난해 11월 폭로된 해수부 매뉴얼 문건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에는 “파견 공무원과 주요 파견 간부와의 소통을 강화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가 담뱃불을 다시 붙이며 말했다. “정부-여당-보수언론의 삼박자가 기가 막히게 맞아 돌아갔다.” 그를 비롯한 특조위 별정직 공무원 44명은 29일 운영지원담당관실로부터 “공무원증을 반납하라”고 통보받았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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