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1일 오후 3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핵심인물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영국에서 전격 귀국한 지 하루 만, 최씨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40여일 만이다. 그는 조사실로 향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온 국민의 눈이 쏠린 가운데 검찰의 본격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 미르재단 등의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와 공무상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최씨를 상대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불법 설립 및 기금 유용 의혹과 케이스포츠재단 자금 국외 유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임을 내세워 대기업들을 상대로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미르재단 등에 강제 출연하게 하고, 해당 기금을 빼돌려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비로 유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내부 문건을 받아봤는지도 캐물었다.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피시에는 청와대 등과 관련된 200여개의 문서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검찰 관계자는 “(최씨에 대한 긴급체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태블릿피시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최씨에 앞서 검찰에 다시 소환된 고영태 더블루케이 상무는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태블릿피시는 내 게 아니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출국금지했다. 안 전 수석은 최씨와 함께 미르재단 등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을 상대로 강제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최씨에게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후반 안씨와 정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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