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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거커플 인정 뒤 출산율 오른 프랑스…한국은 실태도 몰라

등록 2016-12-07 05:59수정 2016-12-07 09:08

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⑦전통적 가족제도 흔들
1999년 ‘시민연대협약’ 도입
아이에게도 차별 없는 권리 제공
출산율 1.76→2.0명 증가 뒤 안정
혼외출산 많은 나라 출산율도 높아
한국정부는 동거커플 통계도 못내
“포용적 사회문화가 출산 늘린다”
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4년 기준(또는 국가별 최근치)
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4년 기준(또는 국가별 최근치)
전통적 가족 외에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적극 포용하는 나라일수록 출산율도 안정적이다. 프랑스는 1999년 동거가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한 이후, 혼외출산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시민연대협약은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커플을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이기 위한 제도다. 법원에 사실혼 관계임을 인정받기 위한 몇가지 서류를 제출하면, 법률혼 관계의 부부와 동일한 세제 및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각 개인의 호적에는 커플 관계가 기록되지 않고 독신으로의 지위가 유지된다. 나중에 헤어질 때도 이혼을 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이런 협약을 맺은 커플은 도입 첫해인 1999년 6151쌍에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여 2014년에는 17만3728쌍으로 늘었다. 전통적 혼인의 경우 같은 기간 29만3544쌍에서 24만1292쌍으로 다소 줄었다. 대략 전통적 결혼 대 시민연대협약 건수의 비율이 3 대 2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시민연대협약이 도입된 이후 프랑스의 혼외출산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원래는 동성커플을 공인하기 위해 나온 협약이었는데 이성커플이 협약을 더 많이 활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혼외출산 공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4년 전체 출산의 37.2%였던 혼외출산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는 57.1%에 이른다. 1990년 1.76명이었던 출산율도 2009년 2.0명에 도달한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결혼만 인정하는데 프랑스에서는 동거를 새로운 가족으로 수용하고, 이들이 낳은 아이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각종 권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포용적 사회문화가 형성돼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혼출산 비중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혼외출산 비중 통계(2014년·일부 국가는 최근치 기준)를 보면,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12개국의 혼외출산 비중이 50%를 넘겼고 42개국 평균치는 39.9%에 달했다. 혼외출산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프랑스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이다.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지는 편인 우리나라는 1.9%로 42개국 중 혼외출산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다. 지난해 태어난 43만8420명의 출생아 중 혼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8152명(1.9%)뿐이다. 관련 통계가 있는 1981년 1.1%에서 거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에 비해 오이시디 평균치(27개국 기준)는 1970년 7.5%에서 1995년 24.2%, 2014년 40.5%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은 출산율 1.24명으로 오이시디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정부는 동거가구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통계청의 세대구성별 가구조사에서 혈연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비친족가구’를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 동거가구를 제대로 포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기준 비친족가구는 21만4421가구다. 동거가구는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입주 자격이 없고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없고 난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병원에 갔을 때 보호자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법상 육아휴직은 신청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으며, 아이를 낳으면 한부모로 분류돼 혜택을 받는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거를 포함한 비혼 인구가 갈수록 많아질 것인데 언제까지 ‘(법률혼 중심의) 정상 가족’ 안에서만 출산과 양육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혼외출산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인정하려면 국가가 용인한다는 수동적 정책을 넘어서는 좀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아이를 낳으면 민법에서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강제한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동거가구가 아이를 낳을 경우, 법적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성본을 따를 수 있지만 그때부터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쉽기 때문이다.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 초반 고학력 여성을 중심으로 전통적 결혼 제도가 주는 부담을 불편해하기 때문에 결혼 대신 혹은 결혼으로가는 과정으로 동거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동거를 택하고 나면 아무런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대부분 결혼 제도로 편입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거를 계속 유지하려는 이들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출산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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