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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병우가 압수수색 막았던 해경 서버 녹취록 보니

등록 2016-12-20 11:55수정 2016-12-21 00:47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4년 검찰의 ‘세월호’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면서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을 막으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우병우 “해경 상황실 서버 수색 말라”…세월호 수사팀에 압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압수수색을 막으려고 했던 해경 서버에는 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그 안에는 ‘골든 타임' 때 구조 활동을 ‘방해'했던 청와대의 요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청와대와 해경 본청 핫라인 통화내용을 보면, 청와대는 9시19분 와이티엔(YTN) 보도를 보고 세월호 사고를 인지하 뒤 해경 본청 핫라인으로 평균 3분 간격으로 전화했다. 청와대는“구조나 이런 것을 지휘”하는 데 관심이 없지만 시시콜콜 묻고 또 물으며 끊임없이 영상과 구조 인원 수를 요구했다. 대통령에게 전달할 서면보고서의 한 줄을 더 채우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 도대체 해경은 왜 못 구했나)

문제는 청와대의 요구가 해경의 지휘 계통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사고 현장의 구조 활동을 뒤흔들었다는 점이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승객을 구해야 할 123정 대원들은 사진을 찍고 사람 수를 세느라 바빠졌다. 기울어지는 배 안으로 뛰어들어 승객을 구조해야 하는데 배 밖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해경 지휘부에 보고했다. 현장 구조 세력이 제대로 구조 활동을 하는지 지휘·감독해야 할 해경 지휘부가 청와대 보고에만 집중했다. 10시26분 해경 본청이 서해해경청에 전화로 말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게 구조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다음에 구조된 인력에 대한 카운트를 지금 정확히 못하고 있거든요. 그 카운트를 왜 하냐면 이게 청와대에서 실시간으로 물어보는데 카운터가 안 되고 있고….”

사고 현장에서 수 백 명의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123정장 김경일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때 다른 해경 지휘부에 비해 특별히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경 지휘부가 구조 작업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항소심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서 전화하고 20여 회 통신하여 보고하게 하는 등 피고인(김경일)으로 하여금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해 해경 지휘부에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 김경일의 잘못이 수 백명을 죽게 한 중대한 범죄라면, 김경일로 하여금 승객 구조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해경 지휘부와 청와대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청와대와 해경 본청 핫라인 통화내용은 청와대의 거짓말을 드러내는 ‘물증’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최근 “언론의 ‘전원구조’ 오보로 인해 청와대가 오후까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해경 서버에 남아있던 통화내용은, 청와대가 보도 4분 뒤 해경을 통해 오보였음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났다.(관련기사: [단독] 청와대 ‘7시간 거짓말’...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오전부터 알았다)

해경이 2014년 검찰과 국회에 스스로 제출한 통화기록을 보면, 사고 당일 오전 11시3분 <와이티엔>(YTN)이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보도하고 4분 뒤인 오전 11시7분 청와대는 해경에 연락해 “학생들이 다 구조됐다고 나오는데 인원은 아직 안 나왔냐”고 묻자 해경 쪽은 “파악이 안 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20여분 뒤인 오전11시29분 청와대는 해경과의 통화에서 구조인원이 161명이라는 보고를 받고 “161명이면 나머지 한 300명이 배에 있다는 것이냐”고 거듭 확인하며 여전히 선체 안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40여분 뒤에는 현장 상황으로 인해 해경이 제대로 수색작업을 펼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보고됐다. 낮 12시12분께 청와대는 해경에 전화해 “선박 수색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냐”고 묻자, 해경 쪽은 “(사고 지역이)우리나라에서 조류가 가장 센 곳”이라며 “배가 현재 현장에 도착해 준비중에 있는데 들어가기가 아주 힘들다”고 보고했다.

청와대는 오후 1시께 대통령이 보고받은 “370명 구조” 역시 잘못된 보고임을 15분만에 인지했지만 80분이나 침묵하고 있었다. 오후 1시4분 해경 본청은 청와대에 “현재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370”명이라고 잘못 보고했다. 청와대는 바로 박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15분 뒤인 1시19분 해경은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인원수가 차이가 있다”고 정정했고, 오후 2시24분에는 “310명이 선체 안에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통령 보고는 3시가 다 돼서야 이뤄졌고, 박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혼란은 외부 탓이 아닌 자신들의 무능 때문이었다.

만약, 이 녹취록이 없었다면, 해경 구조 활동을 방해하고도 이를 속이려드는 청와대의 거짓말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은 해경이 스스로 정리해 국회에 제출한 일부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 일부일 뿐이다. 해경은 여전히 굉장히 많은 기록을 국회와 세월호특조위에 제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허승 정은주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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