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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른다, 기억 안 난다?…우리는 기억합니다, 7시간

등록 2016-12-22 12:44수정 2017-01-06 11:13

‘우리는 기억합니다’ 누리집 갈무리.
‘우리는 기억합니다’ 누리집 갈무리.
“현재 3066분께서 2만1462시간을 기억해주셨습니다.”

‘세월호 7시간 기록하기’ 시민 프로젝트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날의 7시간을’(▶바로가기) 페이지에 22일 현재 3066명이 참가해 2만1462시간(3066명×7시간)이 기록됐다.

익명의 서울대 동문 7명이 구상했다고 밝힌 ‘우리는 기억합니다’는 지난달 말 개설됐다. 지난달 21일, 세월호가 침몰한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했냐는 <제이티비시>(JTBC) 기자들 질문에 전 차움의원 의사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록이 없다”고 일관한 인터뷰가 보도된 뒤다.

페이지를 보면, 자신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 부르는 운영진은 “다시 한 번 묻고자 합니다. 나와 같이, 우리와 같이, 그날의 7시간이 정말 기억나지 않는지 말입니다. 늦지 않기 위해 이제라도 기억해보려 애쓰지 않겠냐 물으려 합니다”라고 기획 취지를 밝힌다. 그러면서 “천금과도 같던 2014년 4월16일 그날의 7시간, 이제 우리들의 힘으로 다시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외치려 합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아직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모든 기억을 소중히 담아두려 합니다. 여러분이 느끼고 경험하셨던 생생한 그날의 기억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그날을 다시 세상에 내보일 수 있도록 다 함께 기억을 되새기려 합니다”라고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글은 필명이나 제목을 입력한 다음 최소 30자 이상 작성하면 된다.

대학병원 의사, 간호사가 기억하는 그날, 엑소 콘서트 티켓 예매일이던 그날, 수영장에서 그 소식을 접하고 물속 아이들이 떠올라 울어버린 그날… 시민들이 페이지에 쓴 글을 모아봤다.

“휴가를 얻어 그날 태국 여행을 하고 있었다. 택시를 탔는데 현지인이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너희 나라에 큰일이 났는데 괜찮냐고.”(제목 ‘기억의 조각’)

“저는 대학병원 레지던트였고 교수님과 아침 회진을 돌며 침몰 장면을 병실에 틀어진 티브이로 보았습니다. (…) 오후 회진 때도 환자들은 슬퍼하며 그 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티브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너무나도 안타깝고 미안한..’)

“그날은 간호사인 제가 아침 근무 8시 주사 처치를 나가서 병실마다 틀어져 있는 뉴스 속보를 환자들과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세상에 하나’)

“그날은 엑소 콘서트 티켓 예매 오픈일이었는데, 예매해보겠다고 낑낑대는 딸을 도와주다 결국 실패하고 포털을 띄웠는데… 고래가 물을 뿜듯 배에서 솟구치는 물이 충격적인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오보…아무도 사과하지 않았어요’)

“그날 대구에 있는 악기사에 악기 수리를 맡겨두고 후배 부부와 식사를 하면서 소식을 들었죠. 악기를 다시 찾으러 악기사에 갔을 때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곳에 애기들이 아직 있다는 것을.”(‘이학림’)

“독서실에서 영어 라디오를 듣다가 9시부터…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뉴스 생방송을 틀었다. 저녁반 아르바이트생이 부스에 와서 무슨 일이냐고… 어쩌냐고… 고1 때 대형선박 타는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배운 대피법, 구명조끼 착용법이 생생히 떠올랐다. 내가 저기에 있었으면 도와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했다. 그때 인연이 닿은 애들한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친구들도 울고 있었다. 가끔씩 꿈을 꾼다. 그때의 기억과 7시간이 뒤범벅되어서…”(‘독서실에서’)

“저는 그 당시 초6이었네요. 제가 일본에 살았어가지고 등교가 8시여서 7시에 일어났어요. 학교에 다녀온 후 엄마 아빠가 한국 티브이로 연결시키고 뉴스를 보더군요. 세월호 언니 오빠 그리고 사람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거짓말쟁이’)

“그날은 제가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수영장에 들어가려고 사물함에 옷을 넣고 핸드폰 속보를 확인하는데 구조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아이를 데리러 가려는데 뉴스가 이상해지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수영장에서 물이라도 먹으면 그 아이들이 그랬겠다 울면서 배웠어요.”(‘희윤채윤맘’)

“교사로서의 삶에 첫발을 내디딘 해였습니다. 팽목항과 가까운 해남의 한 학교에서 사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 동료 시민으로서, 교사로서 세월호 희생자분들을 평생 추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빚’)

“기억합니다. 비가 조금 내리던 흐린 날이었어요. 출장 와서 밥 먹으러 갈 때 식당 티브이로 뉴스를 봤습니다. 전원구조 뉴스에 농담 삼아 ‘저 학생들은 평생 기억에 남을 수학여행을 보내겠구나. 정말 다행이다’라고 지인들과 이야기했습니다. (…) 그 수학여행이 평생 기억에 남은 건, 그날의 그 친구들이 아닌 바로 제가 되었습니다.”(‘부끄럼’)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이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뼈아프게 간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핵심에 있는 정치인, 의료인, 정부 관계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말로 다시 진실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담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합니다”라며 공유를 부탁했다.

기억하기 때문에 “여전히 눈물이 난다”(‘remember416’)는 시민들은 ‘7시간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들을 꾸짖고 이들에 맞서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눈물을 흘립니다. 이 눈물이 바다가 되어 부디 이 바다에서는 생존하시길 바랍니다.”(‘선혜’)

22일 현재 ‘우리는 기억합니다’ 페이지엔 3000명 넘는 시민이 세월호 참사 당일 기억을 증언해두었다. 누리집 갈무리
22일 현재 ‘우리는 기억합니다’ 페이지엔 3000명 넘는 시민이 세월호 참사 당일 기억을 증언해두었다. 누리집 갈무리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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