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문 이사장은 전날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다가 이날 새벽 긴급체포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 발표 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이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전문위원회 회부를 막은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문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2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특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 합병 발표 뒤인 지난해 6월 문 전 장관은 조남권 당시 연금정책국장에게 합병 찬성 방법을 알아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 성향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뒤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 보고 내용은 외부위원회가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역시 복지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10일 내부 인사들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당시 삼성물산의 가치를 일부러 낮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내부규정을 보면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를 결정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전문위원회는 투자위원회의 독자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전날인 7월9일 독자적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과거 전례를 봤을 때 삼성 합병은 단순히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중요한 안건이었다. 당시 전문위는 복지부 연금재정과에 전문위원회 회부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새벽 문 전 장관을 긴급체포해 삼성 합병 찬성 지시가 청와대의 지시 등에 따라 이뤄졌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29일 직권남용 혐의로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특검은 당시 문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조남권 당시 연금정책국장에 대해서도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특검 조사에서 복지부의 지시로 삼성 합병에 찬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지 황보연 기자 yj@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