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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유라의 반려동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등록 2017-01-06 19:42수정 2017-01-06 22:05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김지숙
디지털뉴스팀 기자 suoop@hani.co.kr

새해 벽두부터 동물들이 수난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3천만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된 데 이어 길고양이의 에이아이 감염 폐사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2일 애견·애묘인들을 또 ‘심쿵’하게 만든 사진이 한장 있었습니다. 정유라씨의 은신처 창밖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한 마리의 턱시도 고양이였습니다. 덴마크 경찰에 체포되기 전 취재진의 기척을 느끼고 숨어버린 주인 대신 그의 고양이가 밖을 내다보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정씨가 체포되고 난 뒤 주택에서는 총 12마리의 반려동물이 발견됐습니다. 고양이는 모두 9마리로, 이들 대부분이 품종묘인 랙돌(Ragdoll·고양이 품종)이나 먼치킨으로 추정됩니다. 랙돌은 1960년대 미국에서 개량된 품종으로 국내에서 이를 입양하려면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천만원이 필요한 값비싼 인기 품종입니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그가 동물을 생명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인형 수집하듯 사 모으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폐쇄되지 않은 정씨의 페이스북을 보면 그는 자신을 ‘랙돌 브리더(Breeder·사육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에도 “나는 소규모로 랙돌을 사육하고 있다. 나는 랙돌을 사랑하고, 다른 동물들도 모두 사랑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덴마크로 떠나오기 전 독일에서 동물학대 혐의를 받아 반려동물들을 압수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반려견 3마리를 입양한 한 독일인은 “정씨가 개와 고양이 20여마리를 키우다가 동물학대 혐의로 독일 경찰에 신고된 뒤 입양을 요청했다. 한 마리는 유난히 말랐고, 모든 개가 겁을 먹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정씨는 2015년 9월에도 독일에 체류하며 동물 동행 운송 서비스를 이용해 15마리의 개를 사들였고 이를 위해 6천여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사’가 사라진 뒤 남겨진 개와 고양이를 걱정하는 누리꾼들이 늘어나자, 지난 2일 정씨의 체포 과정을 상세히 보도한 <제이티비시>(JTBC)는 다음날 다시 정씨의 은신처를 찾아 고양이의 근황을 보도했습니다. 과연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정씨는 정말 애니멀 호더일까요?

‘동물을 위한 행동’ 전채은 대표는 “정씨는 전형적인 애니멀 호더”라고 평가합니다. 그 근거로 “애니멀 호더는 자신이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특정 종들을 수집한다. 과도한 수의 동물과 아기를 함께 키우면 아이와 동물들 모두 건강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동물학대이자 아동학대 혐의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씨가 인터뷰에서 본인이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반려동물이 죽은 뒤 겪는 정신적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앓았다고 한 발언도 의심했습니다. “압수당하거나 입양 보내 헤어진 동물들에 대한 상실감은 없고, 유독 죽은 한 마리의 동물에게만 상실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펫 로스 증후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럼 덴마크에 남아 있는 정씨의 반려동물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요? 반려동물의 운송과 운임은 각 항공사·노선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탑승객 1명당 기내 1마리, 위탁 수화물 2마리까지 동반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목적지나 기종에 따라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여러 마리의 동물을 한꺼번에 데려오는 것이 용이한 상황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국외에서 입국하는 반려동물은 검역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려면 “수출국 정부기관이 증명한 검역증명서를 준비해야 하며, 검역증명서에는 개체별 마이크로칩 이식번호와 개체별 연령(생년월일) 등이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송됩니다. 구금 상태인 정씨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10여년 전 <교육방송>(EBS) ‘톡! 톡! 보니 하니’에 출연한 어린 시절 정유라는 말을 사랑하는 소녀였습니다. 동물을 향한 그의 ‘과한’ 사랑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딸에게 좋은 말을 사주기 위해,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국가대표를 만들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른 최순실씨의 행동에서 정씨의 사랑이 겹쳐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이러려고 정유라 반려동물로 태어났나 자괴감 들고 괴로울, 덴마크의 축생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그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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