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 전국행동’ 양징자 공동대표
이틀 만에 신속한 ‘항의성명’ 발표
“합의로 한일관계 개선됐다니요…” 1990년부터 활동한 재일조선인 2세
일본 생존자 송신도 할머니 보살펴
“한국 시민운동 역동성에 미안함 느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에선 이에 반대하는 활발한 운동을 해왔는데, 일본 내 운동은 많이 침체돼 있다는 얘길 들어요. 그건 아무래도 여론이 우리 편에 서 줄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말하면 말할수록 우리만 극단적인 사람으로 비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해가 아닌 오해가 깊어져요.” 이런 여론 환경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 이른바 일본의 ‘리버럴 언론’이 위안부 합의를 대하는 태도였다. 일본의 진보 언론은 2015년 말 합의가 나오자, 이를 높게 평가하며 ‘합의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일관된 보도 자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부산 소녀상 설치 사태에서 보듯, 합의를 통해 정부 간 관계는 개선됐다 해도, 일본을 바라보는 한국의 여론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성명은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이 “정부의 시점만을 따르면서 민중의 의사를 묵살하는 비민주적인 언설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익찬보도’의 전철을 밟지 말고 언론의 사명을 주체적으로 자각하고, 이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에 서서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넣었다. 양 대표는 “왜 한국 시민들이 이렇게 화를 내고 자비를 모아 ‘평화비’(소녀상)를 세우는지 그 근본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 일본 언론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 여론은 ‘한국이 합의를 해놓고 지키지 않는다’는 식으로, 감정적 반응으로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사실을 밝히고자 성명을 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성명에서는 ‘피해자인 위안부 생존자들의 동의’ 없이 추진된 12·28 합의의 결함과 합의 이후 아베 총리가 보여온 태도도 비판했다. 성명은, 합의 이후 한국 민중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본 정부가 10억엔에 대해 배상금이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고 있는 점,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화해치유재단은 배상에 해당한다고 한국 국민을 속이고 있는 점, 아베 총리가 합의할 때는 사죄와 반성을 언급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내는 것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부한 점 등 실제론 위안부 문제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꼽았다. 이런 아베 정권의 태도를 볼 때 12·28 합의란 “미래 세대에 사죄를 되풀이시키지 않기 위해 혀끝으로만 사죄와 반성을 흉내낸 것”으로 결론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 대표가 이번 사태를 보며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 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이다. 그는 현재 꼬일 대로 꼬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답’을 제시하긴 쉽지 않지만 “한국 시민운동이 대단해서 계속 상황이 바뀐다. 그로 인해 우리(일본 시민운동)들의 생각도 바뀐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는 일본 시민사회는 한국에 미안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일본 홋카이도 출생으로 1990년 말 일본 와이더블유시에이회관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정옥 공동대표의 강연을 듣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 93년 ‘재일조선인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일본에 있는 유일한 생존자 송신도 할머니를 지원해왔다. 2007년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제작해 일본 순회 상영한 데 이어 2011년 동북부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송 할머니를 도쿄로 모시고 와 현재까지 돌보고 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일본후원회 대표’도 맡고 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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