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마취제·독침 동시 사용 가능성”
스프레이 뿌리면 다른 사람도 피해
스프레이 뿌리면 다른 사람도 피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46)을 살해한 신원미상의 여성 2명이 사용한 범행도구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들 사이에서도 여성 두 명이 김정남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는 보도와 한 여성이 김정남의 얼굴에 액체 묻은 천을 감쌌다는 엇갈린 보도가 나왔다. 또 <에이피>(AP)통신이나 <교도통신> 등은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얼굴에 스프레이가 뿌려진 후 고통스럽다며 공항 의료실을 찾았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고 보도해 살해도구를 독액 스프레이로 지목했다.
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전 국정원 대북실장)는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보도된 내용들로 미뤄볼 때, 김정남을 공격한 여성 2명이 마취제와 독침을 거의 동시에 사용해 살해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마취제를 스프레이 형태로 뿌렸는지, 수건에 묻혀 얼굴에 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독액 스프레이를 분사하면 공격대상뿐 아니라 공격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그런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스프레이를 이용하면 노출된 장소라 다른 사람도 피해를 볼 수가 있어서 공격자에게 안전하고 짧은 시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독침을 썼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독침을 암살 무기로 종종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8월 중국 단둥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던 목사 김아무개(당시 46)씨가 택시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김씨의 사망은 북한 당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일 체제를 흔들려는 이들 인권운동가를 응징하겠다’고 경고한 얼마 뒤 발생했다. 김씨가 사망한 다음날 옌지의 한 주차장에서 대북 선교 활동을 하던 목사 강아무개(당시 58)씨가 차에 타려다 괴한의 주사기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가 병원으로 긴급 호송돼 목숨을 건졌다. 같은해 9월 서울 강남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에게 독침 테러를 시도하려던 안아무개씨가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검거된 일도 있었다.
당시 안씨 검거 현장에서 입수한 독침은 단발형인 볼펜형 독침으로, 뚜껑을 오른쪽으로 5번 돌리면 길이 11㎜ 가량의 독침이 튀어나오는 형태였다. 피부에 대고 직접 찔러야 한다.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독침의 성분에 대해 김 교수는 “신경을 마비시켜 신속히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경작용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청산가리를 사용했는데 청산가리를 쓰면 입에 거품을 물고 눈동자가 돌아가며 사망한다. 신경작용제는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5배나 강하고, 외관상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신경작용제가 트렌드”라고 말했다.
김규남 방준호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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