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사법개혁 저지 파문으로 법원 개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각 후보들은 검찰개혁과 달리 법원에 대해선 대체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법원 개혁의 핵심 의제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대법원장의 법관인사 독점에 대한 견제 △법원행정처의 관료주의 개선 등이 꼽힌다. 후보들은 이런 의제에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는 “문제 지적에 공감하지만, 사법개혁은 대법원과 협의하에 추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개혁 대상과 협의하는 것 자체가 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홍준표 후보는 대법원 다양화의 필요성은 수긍한다면서도 “여성 대법관 증가는 고려할 수 있다”는 데 그쳤다. 법관인사나 행정처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장이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유승민 후보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인사권과 관련해선 대법관추천위 구성·운영의 민주화, 판사들의 각급 법원장 선임 참여 등을 제안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사이의 관료적 서열주의 타파”가 우선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인사 문제도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수평적 관계 회복을 통해 대법관회의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안 후보는 최근 대법관들이 대법원장을 뽑는 호선제를 도입할 것, 그리고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삭제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법 개정만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가장 전향적이고 구체적이다. 변호사 자격 없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법관 인사권을 고등법원으로 분산시키는 한편 평판사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 인사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처 조직 축소도 주장했다.
노동법원 설치에 대해선 문·심 후보가 적극적 자세인 반면, 홍·유 후보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다. 안 후보는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비용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 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재판소에 대해선 비법조인도 재판관으로 뽑을지, 재판관 임명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은 대체로 모호했다. 문 후보는 “전반적인 사법개혁 논의 과정 또는 개헌 과정에서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유 후보는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태도였다. 다만 홍 후보는 “비법조인 임명은 시기상조”라며 “현 임명제도가 그나마 최선”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는 “다양화에 찬성한다”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없었다. 임명제도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에 대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재판관 중 판·검사 출신 제한, 비법조인의 재판관 자격 인정, 국회 선출 재판관 확대 등 헌재 구성 다양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여럿 내놓았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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