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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촛불과의 약속 지켜달라”

등록 2017-05-09 23:16수정 2017-05-10 04:22

‘촛불 대선’ 이끈 민심의 당부
“세월호 참사·국정농단 규명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일궈야”

“청년실업·최저임금 시달리는
서민들 아픔에 귀 기울이라”

“풍자를 아는 대통령이기를…”
질식했던 문화계 절실한 소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 씨의 영상편지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 씨의 영상편지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촛불의 힘으로 밀어올린 대선열차가 9일 종착역에 도달했다. 새로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이 뽑혔다. ‘촛불 대선’을 끌어낸 시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희망을 담아 주문을 건넸다. 표현은 저마다 달랐지만 ‘새 시대에 걸맞은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달라’는 바람은 같았다.

■ ‘적폐청산·공정사회’ 촛불의 외침 기억해달라

시민들은 먼저 박근혜 정부가 무너뜨린 정의의 복원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선 산처럼 쌓인 적폐의 청산이야말로 새 대통령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목했다.

‘혼자 온 사람들’ 깃발을 들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대학생 김요한(26)씨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며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누구나 공평하게 기회를 받고 제약 없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적폐 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전달했다. 지난해 광주 촛불집회를 지킨 회사원 김민호(48)씨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되는지 지켜보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부정 축재한 국내외 재산이 있는지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수화통역사로 활동한 최황순씨는 “세월호 참사,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4대강 문제 등 과거 정권이 저지른 잘못이 투명하게 규명되면 좋겠다. 과거처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넘어가지 않는 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역사학)는 “새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역사 정의’란 헌법 정신, 즉 독립운동의 정신, 민주주의, 평화통일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비선 없는 투명한 대통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 초반 결정적 증언으로 사건 진실이 드러나는 데 일조한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사전투표 첫날 이른 아침에 투표했다. 하루라도 빨리 새 대통령을 뽑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투명하게 친인척 및 주변을 관리하고 양지에서 일하는 국정 최고 책임자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바리톤 조병주(45)씨는 ‘투명한 인사’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대전·세종에서 열린 탄핵 촛불집회 때 무대에 올라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노래했다. 1997년 국립오페라단에서 데뷔한 뒤 국내외 오페라 300여편에 출연한 베테랑 성악가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문화계 인사는 핵심 권력의 지인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정부는 모든 인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민들 아픔에 귀 기울이는 ‘민생 대통령’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통령,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될 희망의 근거를 조금씩이라도 만들어주는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 충북지역에서 열린 촛불집회 때 “박근혜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취업준비생 조유리(24)씨는 “주변엔 정말 많은 학생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그만 두유’ 스티커가 붙은 두유를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에게 나눠준 ‘카페봄봄’의 매니저 김동규(43)씨는 “가장 소외당하는 계층 중 하나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 1만원부터 과감하게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순실씨가 특검에 출석했을 때 “염병하네”를 외쳐 화제가 된 청소노동자 임애순(63)씨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문영 연세대 교수(인류학)는 “새 정부는 단발적인 사업이 아닌 구조적, 제도적 개입을 통해 평등과 정의, 돌봄과 연대의 가치를 살리는 데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피해가 컸던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새 대통령에게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한창훈 소설가는 “두 전직 대통령이 뒤로 빼돌린 천문학적인 돈을 꼭 되찾아주길 바란다. 호미질 한번 안 하면서 열매만 똑똑 따먹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그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우 시인은 “문화 예술 수준이 한 사회의 수준을 반영하는 바로미터임을 예술 행정에서 실천해달라”고 주문했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씨는 “첫 말과 행동으로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적어도 그는 우리의 희망에 빚지고 그 자리에 올랐으며 그것을 지금 이 순간부터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그맨 정성호씨는 “새 대통령은 쪼잔하지 않고, 유머코드가 맞는 대통령이면 좋겠다”며 “풍자는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높이는 것이라는 걸 아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책을 사랑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지난 시기는 한동안 몰지성의 시대였다. 문화 정책도 책 같은 기반 문화는 우습게 취급하고, 돈 벌 수 있는 영역만 중시했다. 땅에 떨어진 출판인의 자존심을 살려달라”고 요청했다.

■ 출구조사, ‘적폐청산’ ‘국민통합’ 엇비슷

방송3사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는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었다. 차기 정권의 과제나 후보 선택 기준으로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 대등하게 쌍을 이뤘다.

9일 전국 63개 투표소에서 진행한 심층 출구조사 결과, 3352명의 응답자 중 53.2%가 ‘차기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 현안’으로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선택했다. 이어 ‘개헌 등 정치개혁’(13%), ‘북핵 및 남북관계 개선’(10.5%), ‘미·중 등 강대국과의 외교’(10.4%), ‘분배 및 복지’(9.4%) 순서로 꼽았다. ‘차기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통합’(51.4%)이 ‘적폐청산’(45.6%)보다 조금 많았다. 반면 후보 선택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20.7%가 ‘부패·비리 청산 가능’을 꼽아 ‘국민통합 가능’(18.1%)보다 많았다.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는 53.7%가 ‘정당·국회’를 꼽았고 ‘세금을 더 내더라도 현재보다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이들이 48.1%로 ‘추가적인 세금 부담 없이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37.7%)를 넘어섰다.

고한솔 정대하 김지훈 임지선 기자 sol@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새 대통령에 바란다…“초심 지켜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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