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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관행인데 뭐가 문제냐” 비판 둔감한 검찰이 화 키워

등록 2017-05-18 19:36수정 2017-05-19 09:25

돈봉투 문제의식조차 없어
대통령 지시에 황급히 감찰 나서
“평검사는 특수활동비 구경 못해”
검찰 일부 “제 살 도려내기 해야”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 내 ‘빅2’로 꼽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동반 사의를 표명한 18일, 검찰 내부엔 종일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까지 ‘공석’이 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검찰이 그렇게 적폐대상이냐”는 불만과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특히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지렛대 삼아 추진하게 될 인적 쇄신의 규모와 방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일선 검사들은 최근 상황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뇌부의 초기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검사는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한 마디로 ‘감이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누가 봐도 부적절한 사건인 만큼 문제가 불거진 뒤 바로 감찰에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 역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놓고 내부 시스템을 갖춰놔야 한다. 검찰이 미리 선제적으로 감찰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아 오히려 ‘빌미’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가 시작부터 검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배경엔 지난해 ‘넥슨 주식 뇌물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과 ‘스폰서’ 사건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초기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깔려있는 만큼,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에 예민하고 발 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나오기 전까지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미적거렸고,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뒤에야 황급히 22명의 ‘매머드급 감찰반’을 꾸리며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검찰의 이런 ‘뒤떨어진 상황 인식’의 배경엔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진 그들만의 ‘검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보도로 이 지검장 등 수사팀과 안 국장 등 법무부 간부 사이 주고받았던 돈봉투가 문제가 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선후배 사이의 격려”이자 “관행”인데 “뭐가 문제라는 거냐?”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돈의 출처를 두고도 법무부와 이 지검장의 특수활동비여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법무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수사, 정보활동 명목인 ‘특수활동비’를 받아 검찰에 전해주는 ‘전달자’인데, 관행적으로 검찰 몫의 특수활동비를 나눠 쓴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선의 평검사들은 특수활동비를 구경하기도 힘들다”며 “이번 기회에 일부 간부들만 나눠먹기하던 특수활동비가 일선에서 수사·정보활동을 하는 검찰 직원들에게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에서도 김영란법 위반 사항인 걸 금방 아는데, 그렇게 돈봉투를 주고받았다고 한다면 문제의식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감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직접 감찰 카드를 꺼내 드는 대신 법무부와 검찰에 맡긴 것도 사실상 검찰을 시험대에 올린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얼마나 제대로 된 감찰을 하는지를 포함해 스스로의 자정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일인 만큼 감찰을 허투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검사는 “감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곧바로 진 전 검사장 사건처럼 특임검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 스스로 제 살 도려내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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