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종 합동감찰반 총괄팀장이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감찰결과 발표 도중 굳은표정을 하고 있다. 과천/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돈봉투 만찬’ 사건을 조사해온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7일 내놓은 결과는 몇 가지 대목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한겨레> 보도 직후 사흘 동안 미적거리다 대통령 지시로 마지못해 감찰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 결과 역시 의혹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법무·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동시에 면직한 것은 “엄청나게 센 처분”(검찰 고위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직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의뢰까지 된 상황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 검찰 관계자의 말처럼 “당사자의 변명만 듣고서 끝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사실 관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 눈에 띈다. 법무부는 <한겨레> 보도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검찰국 과장 2명이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서 받은 돈봉투를 다음날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감찰에선 ‘돈봉투를 회식이 끝난 직후 돌려줬다’고 내용이 바뀌었다.
이는 단순한 시점 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 과장이 돈봉투를 다음날까지 갖고 있었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커진다. 말을 바꿔 법 위반을 피해간 것이다. 실제 장인종 합동감찰반 총괄팀장은 이날 “과장들의 경우 모임이 끝날 때쯤에 다른 동기 부장검사를 통해서 봉투를 돌려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장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과장들에게 봉투 100만원과 9만5천원의 식사를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이 전 지검장의 처벌 수위가 경감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외에 검찰 상급기관인 법무부 간부 3명이 9만5천원짜리 저녁을 대접받은 것 자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감찰반은 이 부분을 발표문에 넣지 않았다. 기자들이 이를 묻자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펼쳤다. “안 전 국장이 자신이 계산하려고 기사한테 지시했고, 자신이 계산한 줄 알고 있다가 문제가 되고 난 뒤에 알았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감찰반의 논리다. 이어 “과장들도 당연히 검찰국장이 냈을 것으로 믿었다”며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여러 검사들은 “기수나 직급(고검장급)이 위인 이 전 지검장이 내는 게 상식”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전 국장이 국정농단 수사팀에 준 돈봉투를 싸잡아 ‘문제없다’고 한 것도 의문이 제기된다. 안 전 국장을 조사한 이근수 첨단범죄수사2부장 및 노승권 1차장은 동석했던 다른 부장 4명과는 ‘지위’가 다르다. 이들 2명은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노 차장과 이 부장이 받은 돈봉투는 의도나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상호간 통화내역이나 위치 조회 등을 통해 국정농단 수사 당시 수사비밀 유출은 없었는지도 확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동감찰을 지휘한 장 팀장은 2015년 3월 법무부 감찰관에 임명됐다. 검찰 내부에선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많았는데, 당시 인사에 관여한 이가 안태근 검찰국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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