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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주 정숙씨가 청와대 정숙씨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 2017-06-26 14:35수정 2017-06-26 21:46

“열심히 촛불 들다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 저는 영화배우”
사드 반대 투쟁 담은 영화 ‘파란나비효과’ 초대권 보내
26일 낮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49)씨가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편지와 영화 <파란나비효과> 초대권을 담은 성주 참외 바구니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수지 기자
26일 낮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49)씨가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편지와 영화 <파란나비효과> 초대권을 담은 성주 참외 바구니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수지 기자
“광화문에서 성주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다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 김정숙은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26일 낮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49)씨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63)씨에게 이렇게 적은 편지를 보냈다. 사드배치저지전국행동이 마련한 ‘사드 배치 반대 편지 전달 퍼포먼스’ 중 하나였다. 김씨가 이 대목을 읽자 주변에선 웃음이 터졌다.

성주에 사는 김씨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 대통령 부인에게 편지를 읽은 이유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다. 이날 낭독한 편지를 통해 김씨는 “스무살 때 성주로 시집와 참외 농사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30년째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로 발표된 지난해 7월13일부터 사드 반대 투쟁에 참여하며 촛불을 들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촛불을 드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 김씨는 “열심히 촛불을 들다보니 영화배우가 됐다”고 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사드 반대 투쟁에 나선 성주 여성들의 투쟁을 다룬 이 영화에 김씨는 비중 있게 나온다. 김씨는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며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영화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 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취재진 앞에서 편지를 읽은 뒤, 직접 키운 성주 참외 한바구니에 편지와 영화 초대권을 동봉해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에 전달했다.

<편지글 전문>

김정숙 여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입니다. 스무 살 때 성주로 시집와 참외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제가 꿈꾸었던 농촌은 내 집 앞마당이 다 내 땅이고, 내가 농사짓는 논이 다 내 땅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당연히 아니었죠. 30년을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며 이제 쯤 두 자식 반듯하게 키우고 내 삶을 살겠구나 싶을 때 사드라는 괴물이 찾아왔습니다.

2016년 7월 13일부터 한동안 저는 30년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고, 그날부터 매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촛불을 드는 것 밖에 없다 생각했고, 광화문에서 성주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다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 김정숙은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하여 사드 반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해주었지요. 몇 번을 보면서도 뭘 하기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도 열심히 뛰어 다니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라는 말에 참 놀랐습니다. 그랬던 우리 감독님이 일을 내셔서 영화로 제작이 되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까지 타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투쟁해온 날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져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군요. 그 영화가 6월 22일 전국으로 개봉을 하였습니다.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영화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 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성주 김정숙 올림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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