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생 딸의 친구 주검을 강원도 영월 야산에 버린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35)씨가 피해 학생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이씨 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직접 건넸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사체유기 혐의로 이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0일 “이씨가 딸 친구 김아무개(14)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시인했다”며 “범행 동기와 구체적 살해 방법에 대해서는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김양을 목졸라 살해했다는 정도로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종전까지 자신이 자살하려고 준비한 수면제를 피해자가 잘못 먹어 숨졌다고 주장하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씨의 딸은 집으로 찾아온 김양에게 수면제를 직접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양은 경찰 조사에서 “김양에게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해 집으로 데려왔다.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나가서 다른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오니 김양이 죽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양은 초등학교 동창인 김양과 함께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낮 12시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후 3시40분께 이양은 혼자 외출했고, 저녁 8시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씨 딸은 다른 친구들과 만나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밤 이씨와 딸은 ‘김양에게 수면제를 주자’고 논의를 마쳤다. 이양은 아빠가 시키는대로 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양이 음료수에 수면제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다만, 자신의 행위가 살인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 김양 혈액 약물감정 결과 수면제 성분이 확인됐다’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이양과 김양은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김양은 과거에도 이씨 집에 여러 차례 놀러온 적이 있었다. 이씨는 사망한 부인이 좋아했던 아이라는 이유로 김양을 지목해 딸에게 ‘연락하라’고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숨진 김양은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 하지만 부검 결과 성폭행 등의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가 지적·정신장애 2급 장애인인 것으로 드러나 향후 경찰 수사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씨는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장애인등록증을 발부받았다. 이씨는 투신 사망한 아내의 영정 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신지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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