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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 턱밑까지 간 검찰 수사, 직접 조사 ‘시기’만 남았다

등록 2017-11-10 17:01수정 2017-12-11 20:36

① 군 사이버사 및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의혹
②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의혹
③ 국정원의 대기업들에 대한 보수단체 지원 압력 의혹
④ 다스 140억원 투자금 회수 때 외교부 개입 의혹
지난 9월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월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76) 정부 시절 진행된 군·국가정보원 등의 정치개입 사건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치달은 모양새다.

수사 진도가 가장 빠른 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의혹 사건이다. 11일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됨에 따라 사이버사 운영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윗선’인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발부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받는 핵심 혐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역 군인이었던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활동을 하라고 지시한 군 조직을 이용해 정치에 관여한 것이다. 이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5조)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군형법(94조)에서도 군인이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는 등의 정치 관여를 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군인들이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어두운 역사를 고려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와 별도로 군인의 정치 중립 의무를 재차 강조해 놓은 원칙이 이명박 정부 시절 깨져 나간 셈이다.

특히,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 활동 내용과 인력증원 등에 대해 보고했다. 대통령 지시 뒤에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차관급)과 주로 실무회의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의 이른바 ‘댓글공작’ 등 정치관여의 주범이 결국 청와대,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도 확보했다. 2013년 3월 10일 사이버사가 작성하고 김 전 장관이 서명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비에이치(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문건에는 ‘사이버사 군무원 증편은 대통령 지시’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내용이 청와대는 물론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정황 증거다.

이외에 다른 검찰 수사들도 이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해 정주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의 댓글공작 활동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의 배후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를 한 최측근이었던 만큼 관련 내용이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를 계기로 ‘여론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09년부터 민간인 댓글 팀을 운영했다. 원 전 원장 지시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이버 댓글 외곽 팀 30개를 신설해 운영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등을 보고받았다. 검찰은 이미 원 전 원장을 소환 조사했고 댓글 팀을 운영한 유성옥·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구속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들을 해당 분야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2009년 2월 5개 분야에 걸쳐 82명의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통해 ‘맞춤형’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직접 문화예술인 퇴출에 나선 정황도 청와대 문서들을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일들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국정원이 대기업들을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압력을 넣은 사건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 개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자동차 부품 회사로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다스’가 투자자문회사 ‘비비케이’(BBK)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는 데 이 전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도 ‘또 다른 뇌관’이다. 2008년 BBK 특검에 참여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꿰뚫고 있는 신봉수 부장검사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에 사건이 배당돼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고발인인 장아무개 옵셔널캐피탈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하기도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가고 있다.

이 사건은 김경준 전 BBK 대표가 2001년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한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 때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김 전 대표에게 빼돌린 돈을 돌려받기 전에 BBK 투자자인 다스가 먼저 140억원을 챙겨가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외교부 등 정부기관을 동원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스 관련 대책 회의에 당시 김재수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가 참석한 사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실제로 권한을 행사해 외교 당국 등이 개별 회사의 재산 분쟁에 개입하게 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인터넷 댓글이나 에스앤에스(SNS) 등에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말이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3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률적으로 (다스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다각도 수사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쪽은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이 전 대통령은 핵심 측근들과의 자리에서 “나라가 자꾸 과거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앞서 지난 9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이런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연을 위해 이달 12일 중동으로 출국한다. 그가 공항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시기와 방식의 문제일 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까지 염두에 둔 수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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