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동안 이른바 ‘짬짜미’를 통해 서울시·구청의 도로포장 공사 수주를 독점해온 건설업자들과 이들을 도와 뇌물을 챙긴 공무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시내 관급공사를 독점한 혐의(입찰방해?상호대여시공 등)를 받는 건설업자 박아무개(45)씨 등 3명과 이들의 담합을 묵인하고 뇌물을 챙긴 혐의(뇌물수수·직무유기)로 서울의 한 구청공무원 김아무개(50)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불법 행위를 돕고 뇌물을 챙긴 서울시·구청 공무원 4명 등 공무원 24명과 담합에 가담했던 건설업자 93명 등 모두 117명도 입건해 수사중이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도로포장 공사업자 96명은 유령업체를 만들어 325개 업체로 덩치를 불리고 입찰 예상 프로그램으로 가격을 계산해 입찰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낙찰 확률을 높였다. 서울 시내 25개 구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담합군 내 어떤 업체가 낙찰되더라도 해당 지역 업체가 시공하도록 하는 방법도 썼다. 이렇게 해서 챙긴 돈이 2012년부터 2017년 3월 28일까지 5년 여간 모두 49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비율을 정해두고 공사 비용을 조직적으로 가로채기도 했다. 낙찰 받은 업체가 공사 대금의 8%를, 담합을 주도하는 팀장 업체가 5~10%를 가져가는 식이다. 실제로 공사를 시공하는 업체는 예산의 82%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부실공사의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구청 도로과 등 감독 공무원들은 건설업자로부터 적게는 150만원, 많게는 4300여만원의 뇌물을 받거나 골프 접대를 받고 낙찰 받은 업체와 다른 업체가 시공하는 것을 묵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이 직접 건설업자에게 '공사대금의 1%를 달라'고 요구하는 통화 녹음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5년 동안 독점한 도로포장 공사는 서울시?구청이 발주한 공사의 70%로 모두 611차례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천만원 이하의 수의계약 공사나 단기공사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공사를 담합했다”며 “이들은 담합군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업체가 낙찰받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작업 지시를 까다롭게 내리는 등의 압력을 행사하며 공사를 포기하도록 해 담합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러한 담합 행위가 1993년부터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으나 장부보존기간과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2012년 이전의 범행은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짬짜미’에 참여한 325개 업체는 면허취소 처분하고 관련 불법 행위를 엄격히 처벌할 방침이다. 서울시에 입찰과정의 문제점과 절차 강화를 위한 개선안도 통보할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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