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장·부구청장 정화조사업 선정과정에
입찰 공고에 없었던 ‘사회적 기업’ 추가
전직 마포구의원이 일하는 업체 선정
입찰 공고에 없었던 ‘사회적 기업’ 추가
전직 마포구의원이 일하는 업체 선정
서울 마포구청장이 10억 규모 정화조 처리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정화조 처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결과 1위 업체를 탈락시키고 2위 업체가 선정되도록 특혜를 준 혐의(직권남용)로 박홍섭 마포구청장과 김경한 부구청장을 형사 입건해 6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박 마포구청장과 김 부구청장은 지난해 2월2일 ‘정화조 처리업체 신규 대행사업자 선정 공고’에서 ㄱ업체가 1위를 차지하자 입찰 공고에 없던 ‘사회적 기업 인증’ 요건을 들어 탈락시킬 것을 업체선정 담당공무원에게 지시했다. 대신 2015년 10월 구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신생 ㄴ업체를 최종 대행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ㄴ업체도 선정 이후에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을뿐 선정 당시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는 정화조 처리업체 선정 전에도 ㄴ업체에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2015년 10월에 세워진 ㄴ업체가 정화조 사업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자 마포구는 두 달 뒤 이를 반려하면서 “추후 정화조 사업 공개모집 예정”이라고 일정을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사단계부터 ㄴ업체와 안면이 있는 일부 심사위원이 편파적으로 점수를 주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업체 선정 담당공무원로부터 ‘소송 및 시비가 예상된다'는 법률자문 결과를 보고받고도 특혜 선정을 고집했다. 담당자 박아무개(58) 마포구 도시환경국장은 지난해 4월 법률자문을 의뢰해 “사회적 기업 인증과 정화조 업무는 서로 관계가 없어 합리성이 결여된 조건이며 향후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박 구청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이를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 국장 등 담당자 세 명이 부당한 전보 조치를 받았다. 이중 한 명은 공문 작성 등을 거부했다가 부당 징계까지 받았다. 해당 공무원은 서울시에 구제요청을 했고 징계 처분이 취소됐다.
애초 선정 과정에서 1위를 차지했던 ㄱ업체는 선정 결과에 반발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철회처분 취소소송'을 내기도 했다. ㄱ업체는 지난 9월21일 법원으로부터 “ㄱ업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상실 통보는 위법하고, ㄴ업체의 사업자 선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ㄱ업체가 ‘사회적 기업 인증'이라는 협상 요건을 예상할 수 없었고, 정화조 처리 사업의 목적을 구현하는 데에도 ‘사회적 기업 인증'은 합리적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였다. 하지만 아직 행정 절차가 끝나지 않아 ㄴ업체는 사업을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ㄴ업체와 박 구청장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사이의 대가관계를 밝히려고 계좌분석도 했으나 돈이 오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ㄴ업체의 전무는 전직 마포구의원, 대표는 마포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마포구 사회복지협의회 이사 등을 지낸 지역 유력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 구청장은 조사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던게 아니라 좋은 취지의 '사회적기업'이 구에 도움이 되는 조건이라 내걸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서울시에 통보할 예정이다. 수사 결과가 시에 통보되더라도 정무직인 박 구청장에 대한 징계 조치는 불가능하다. 김 부구청장은 이미 징계 결정을 받고 감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경찰 수사 결과가 통보된 후 인사위원회에서 정식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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