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은 위력이 경주지진에 비해 훨씬 작음에도 부상자 등 피해는 경주 때보다 훨씬 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왜 포항의 피해가 경주보다 커졌을까?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은 규모가 5.4이다. 규모 5.8의 경주지진에 비해 규모는 단순 수치로 0.4 작지만, 에너지양으로 환산하면 3.98배 차이가 난다. 지진의 규모는 진원지에서 100㎞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계로 측정한 최대 진폭의 값에 따라 정해진다. 이때 물리량을 간편하게 표시하기 위해 로그함수를 쓴다. 진폭이 10배 늘어날 때마다 규모 값은 1.0씩 늘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규모가 1.0 늘어나면 에너지값은 10의 1.5 제곱 곧 32배 늘어난다. 하지만 규모 5.8과 5.4의 차이 곧 0.4를 곧바로 32배에 대입해 12배 차이라고 하면 안 된다. 지진의 위력 곧 총 에너지양(E)과 지진의 규모(M) 사이에는 logE=1.5M+C(상수)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여기에 대입해보면 두 지진의 로그값은 0.6 차이가 나고, 10의 0.6 제곱 곧 약 3.98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경주지진은 포항지진에 비해 위력이 4배 정도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주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부상자 23명인 데 비해 포항지진 부상자는 17일 현재 세 배가 넘는 7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주지진 때 재산피해는 이틀 동안 1115건이 접수된 데 비해 포항은 1300여건이 신고됐다. 포항의 문화재 피해도 이날 현재 23건이 확인됐다.
포항지진이 경주지진보다 인명·재산피해가 많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인구 밀집도에서 찾을 수 있다. 경주지진의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은 122㎢ 면적에 5181명이 사는 농촌지역이다. 반면 포항지진 진앙지인 포항시 흥해읍은 105㎢ 면적에 인구 3만5천명이 모여 사는 소도읍이다. 진앙지가 한동대 등이 위치한 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는 점이 피해를 키운 첫번째 요인이다.
두번째 이유는 경주지진은 주향이동단층운동인 데 비해 포항지진은 역단층이라는 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은 포항지진 분석 보고서에서 “포항지진 본진의 단층면해(형태)는 북북동 방향의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경주지진 상세 분석에서 “지진자료를 이용한 단층면 분석 결과 전형적인 주향이동단층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면을 따라 단층과 평행한 방향으로 수평이동하는 단층을 말한다. 역단층은 한쪽 지반(상반)이 다른 쪽 지반(하반)을 타고 올라가는 패턴이다. 이윤수 지자연 책임연구원은 “주향단층운동은 남과 북의 방향으로 서로 엇갈려 한쪽은 북쪽으로 한쪽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수평 성분이 강한 운동이며, 역단층운동은 한쪽이 다른 쪽으로 올라타면서 일어나는 수직 성분이 강한 운동이다. 역단층운동은 쉽게 말하면 들었다 놨다 하는 운동이 있었다는 것으로, 주향이동단층운동에 비해 건축학적으로 견디는 힘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경주와 차이가 나는 세번째 부분은 진원의 깊이다. 경주지진은 지표면에서 15㎞ 안팎의 깊이에서 발생한 데 비해 포항지진은 이보다 훨씬 얕은 9㎞ 깊이에서 발생했다. 경주 때는 진앙지에서조차 지표에서 큰 파괴가 발견되지 않을 만큼 직접 피해가 없었다. 지자연은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얕은 심도에서 발생함에 따라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지표면 부근 진동의 세기가 심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경주지진 때는 강진 지속시간이 1~2초로 짧아 고주파수 진동이 발달했던 데 비해 포항지진에서는 중저주파수 진동이 발달했다. 지진피해는 저주파 진동에서 더 커진다. 포항지진은 단층 운동(미끄러짐)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피해를 주는 시간이 오래 지속됐다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경주와 포항의 지질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경주지역은 화강암 등 비교적 단단한 암반으로 이뤄진 반면 포항은 퇴적암층에 자리잡았다. 포항지역은 1730만~1200만년 전인 신생대 3기(마이오세)에 동해에 가라앉아 형성된 해성퇴적층이 분포하고 있다. 이 지층은 암편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 부스러질 정도로 강도가 약하다. 특히 퇴적암층에서는 지진파의 증폭이 발생할 수 있다. 지자연은 “포항시 흥해읍은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이어서 구조물 손상 등 지진 피해들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연약층에 의한 지진파의 증폭은 큰 피해를 부르기도 한다. 멕시코 서부 해안에서 1985년 9월19일 규모 8.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320㎞나 떨어진 멕시코시에서 1만여명이 사망하고 3만여명이 부상하는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호수를 메워 만든 멕시코시 지하의 연약층에서 지진파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근영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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