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이 잦은 박아무개(36)씨는 지난달 24일 퇴근한 뒤 샤워하다가 깜짝 놀랐다. 허벅지 양쪽에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손바닥만한 크기의 붉은 반점이 있었다. 병원을 찾은 박씨는 저온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바지주머니에 핫팩을 넣어두고 다닌 게 화근이었다.
생리통이 심한 김아무개(34)씨도 속옷 위에 핫팩을 붙였다가 배 부위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손끝만 스쳐도 쓰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점의 크기가 작아졌지만 거뭇거뭇하게 흉이 남았다.
겨울을 맞아 온열기구 사용자가 늘며 저온화상 환자가 늘고 있다. 저온화상이란 고열에서 피부 조직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50℃ 내외의 온도에 약 1시간 이상 노출됐을 때 입는 화상을 말한다. 박씨나 김씨처럼 핫팩으로 화상을 입기도 하고, 집에서 쓰는 전기장판, 찜질기 등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저온화상 환자들은 화상을 입는지도 모르다가 반점이나 물집에 놀라곤 한다.
특히 핫팩은 최고온도가 70℃에 육박해 포장지에 적힌 주의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 핫팩 포장지에는 △흉반·수포 등 저온화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할 것 △장시간 같은 부위에 사용하지 말것 등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김씨는 “저온화상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화상 입을 수 있다면 주의사항을 눈에 띄게 써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11월이 되면 한달에 3~4명꼴로 저온화상 환자가 내원한다. 저온화상이라도 열기가 피부 깊숙히 침투하면 조직괴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병원을 찾아 화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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