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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이 주택가 형태·인구까지 영향…기숙사 상생안 만들어야

등록 2017-12-08 18:24수정 2017-12-08 22:39

대학 기숙사를 부탁해 ③ 한양대가 바꾼 사근동
사근동 1.1㎢ 절반이 한양대생
아파트 몇채 뺀 주택은 모두 원룸
1인가구 62%로 서울평균 2배
가정집 줄어 취학어린이도 급감
기숙사 확충 둘러싼 갈등 딛고
학교·지역사회 윈윈 해법 찾아야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학교 후문 거주지역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에서도 ‘원룸’ 또는 ‘방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학교 후문 거주지역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에서도 ‘원룸’ 또는 ‘방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근동은 한양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하루종일 가게에 앉아서 길가를 보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학생들이라니까요.”

서울 성동구 사근동에서 15년째 ㄱ빨래방을 운영중인 최아무개(77)씨는 ‘동네가 대학 영향을 많이 받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장 보는 주부들은 거의 없어요. 주민이라고는 학생들뿐이니 학생들 상대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씨는 “언제부턴가 주택들이 원룸으로 다 바뀌었어요. 이불 같은 큰 빨랫감이 생기면 대학생들이 다 빨래방을 찾았는데, 원룸에는 개인 세탁기가 있으니까 빨래방도 손님도 많이 줄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최씨 말처럼 한양대는 사근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사근동의 전체 면적 1.1㎢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한양대학교가 차지하고 있고, 아파트 몇채를 제외한 주택 대부분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원룸이다. 2017년 10월 기준 전체 인구수 1만1263명으로, 서울시 행정동 평균 인구(2만3958명) 절반에 불과한 ‘작은 동네’ 사근동은 분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5년 한양대가 19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6, 제7 기숙사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열린 제22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한양대 기숙사 신축안을 통과시켰다.

너도나도 원룸, 원인은 ‘부족했던’ 기숙사 사근동은 성동구 한가운데 위치한 지역으로, 동쪽으로는 청계천, 남쪽으로는 중랑천이 교차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시 속의 섬 같다”고 동네를 설명하는 이유다. 한양대 인근에서 11년째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한아무개(47)씨는 “왕십리역 쪽은 50%가 직장인인데, 사근동은 2호선 지선인 용답역밖에 없는데다 교통이 불편해서 한양대 학생을 제외하곤 외부인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립된 섬’ 같은 사근동은 한양대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꿔왔다. 1954년 사근동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1200명에 불과했던 한양공과대학(한양대 전신)의 학생 정원은 60여년이 지나 1만5457명(2017년)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반면 대학 기숙사는 학생수의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684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양대 제1학생생활관은 학교 건물이 지어진 지 30여년 뒤인 1985년에야 처음 지어졌다. 제2학생생활관이 지어진 것은 그로부터도 10년 뒤인 1995년이다. 한양대 기숙사 수용률은 2009년 6.1% 등 2000년대 초반까지 10% 아래를 맴돌다가, 외부 임대기숙사가 늘고 올해 398명을 수용하는 제5학생생활관이 개관하면서 겨우 12.5%까지 올랐다.

기숙사에서 밀려난 한양대 학생들은 사근동 일대 하숙·원룸을 채웠다. 대학의 주거 수요를 주변 동네가 수용한 셈이다. 사근동 부동산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사근동에는 원룸 2400여개가 분포해 있다고 한다. 매년 학생들이 새로 들어오고 빠지면서 거래되는 방은 그중 3분의 1인 800여개 정도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 국가에서는 대학교와 함께 기숙사가 교육 필수 시설로 지어졌지만, 한국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만 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숙사가 부족한 바람에 주변 대학가 지역이 원룸촌으로 바뀐 셈”이라고 말했다.

사근동 인구 구조도 바뀌어 사근동의 노후한 하숙·주택을 중심으로 원룸 리모델링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사근동의 가구 구성도 대학생 중심의 1인 가구 위주로 재편됐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사근동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가운데 61.9%(4322가구)로 서울시 1인 가구 평균인 29.4%의 두 배가 넘는다. 대학생으로 유추할 수 있는 20~29살 인구 역시 사근동 전체 인구 가운데 40.2%에 달한다. 서울시 평균(14.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양대의 중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주택을 원룸으로 리모델링하는 추세는 더욱 심해졌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사근동으로 모이면서다. 중국 국적의 한양대 재학생 인원은 2009~2015년 700명대 후반을 유지하다가, 2016년 871명, 2017년 1063명으로 늘었다. 사근동에서 50년 동안 약국을 운영했다는 김평수(74)씨는 “7~8년 전부터 사근동의 싼 방을 찾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유입되면서, 너도나도 집을 개조했다”고 기억했다.

사근동에서 가족 단위 가구 구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사근동의 2·3·4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9.8%, 7.8%, 3.1%로, 서울시 평균(24.5%, 21.5%, 24.3%)보다 한참 낮다. 가정집이 사라지면서 학령인구도 줄었다. 사근초등학교 관계자는 “설립 초기 한 학년에 열 반 가까이 되던 학교가 이젠 학년당 한 반씩밖에 안 남았다. 올해 초 간신히 신입생을 두 반 규모로 입학시켰는데, 내년에도 두 반을 모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구 구성의 변화는 풍경의 변화로 이어졌다. 일반 단독 주택에 즐비하게 붙어 있는 ‘원룸’ ‘하숙’ 간판과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꾼 동네 구멍가게 등이 대표적이다. 사근동에서 40년간 운영하던 구멍가게를 최근에서야 편의점으로 바꿨다는 최아무개(61)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편의점으로만 몰리니까 구멍가게를 접고 편의점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학-지역사회 상생방안 찾아야 ‘기숙사 없이 지어진 대학교→원룸으로 대학생들의 주거 수요를 흡수한 마을→뒤늦은 기숙사 설립 발표→마을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운동’. 기숙사 건축을 둘러싼 정형화된 인과관계에 따라 마을 주민들의 익숙한 항의가 덧붙는다. “학교는 학생들 앞세워서 (기숙사 반대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갑니다. 하지만 이제 와 기숙사를 짓는다고 하면, 그동안 학생들 주거를 책임져온 사근동 사람들은 어쩌라는 건가요?”(사근동 박아무개 공인중개사)

기숙사를 비롯해 대학과 지역사회가 겪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이 둘을 협력주체로 바라보는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3년부터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지원하는 ‘지(地·知)의 거점 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이 지자체와 연계해 교육·연구·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사업계획을 지원하면, 심사를 거쳐 최대 5800만엔의 보조금을 최대 5년간 지원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역시 대학이 지역재생에 적극 나선 모범 사례로 꼽힌다. 유펜은 195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정책이 시행되면서 주변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었다. 대학가 지역이 대학도시재생사업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캠퍼스가 급격히 확장됐는데, 이 과정에서 5천여명에 이르는 지역 거주자가 강제 이주를 당했던 탓이다. 이후 90년대 유펜의 대학원생이 학교 주변에서 잇달아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유펜은 낙후 지역 재생사업인 ‘웨스트 필라델피아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대학이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의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저렴한 가격에 지역 사회에 내놓는 등 주거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서울시립대 정석 교수(도시공학)는 “대학은 캠퍼스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대학 밖에 있는 지역도 캠퍼스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며 “대학가의 노후한 빈집을 대학이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내놓거나, 대학이 갖고 있는 자원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등 대학-지역이 서로를 협력하는 관계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금비 신민정 최민영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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