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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법조업 중국 선장 칼에 숨진 해경을 기억하시나요?

등록 2017-12-12 11:18수정 2017-12-12 16:02

[역사 속 오늘] 6년 전 오늘 2011년 12월12일
중국 불법조업 어선 선장에 의한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북쪽 해안 근처 바다에서 중국 어선 200여척이 밤샘 불법 조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다. 연평도/ 김봉규기자 bong9@hani.co.kr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북쪽 해안 근처 바다에서 중국 어선 200여척이 밤샘 불법 조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다. 연평도/ 김봉규기자 bong9@hani.co.kr

“저 수평선을 넘어오는 외국 어선들을 보면 피가 끓습니다 .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 … ”

-인천해경 함정부두 고 이청호 경사 흉상 글귀 중

경찰특공대 출신이었던 이청호 경장은 불법조업 중국 어선에 대한 나포 작전에 나설 때면 늘 앞장서 동료들의 모범이 되던 해양 경찰이었다. 그랬던 이 경장이 6년 전 오늘, 2011년 12월 12일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다 마흔한 살의 나이로 순직했다.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변을 당한 것이다.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도끼에 태안 해경 1명이 부상을 당한 지 불과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한국 정부는 계속되는 중국 선원들의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에도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은 채 저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는 동안에 중국 정부는 중국 선원들의 난폭한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영해를 지키고자 중국의 범법 행위에 맞섰던 이청호 경장의 죽음은 어쩌면 한국 정부의 방관적 태도가 불러온 예견된 사고였을지도 모른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 선장에 의한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은 국민에게도 중국의 불법 조업이 가지고 있는 심각성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그 날 그 사건의 기록을 다시 짚었다.

사건 당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경찰관들이 2011년 10월 22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고 있다. 신안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경찰관들이 2011년 10월 22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고 있다. 신안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2011년 12월 12일 새벽 5시 40분께.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2척이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74㎞ 우리 쪽 배타적 경제수역(EEZ) 2.4㎞를 침범했다. 인천해경이 7박 8일 일정으로 소청도 일대 해역에 투입돼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감시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해경은 불법 조업 어선을 발견하자마자 출동에 나섰다. 3005함 진압대원 16명이 고속보트 2척에 10명, 6명씩 나눠 타고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은 중국 어선 2척 가운데 요금어 15001호(66t급)에 접근해 정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인 선원들은 출동한 우리 쪽 해경에게 손도끼, 갈고리, 낫, 쇠 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청호 경장과 진압대원 8명은 중국 어선에 올라 30여 분에 걸친 진압작전 끝에 중국인 선원 8명을 제압했다. 그러나 중국인 선장은 조타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끝까지 저항했다. 이 경장은 선장을 제압하기 위해 섬광탄을 투척하며 출입문을 부수고 조타실로 진입했다. 그 순간 선장은 흉기를 휘둘러 이 경장의 왼쪽 옆구리를 찔렀다. 뒤따라 들어간 이낙훈 순경의 복부에도 상처를 입혔다.

해경은 부상자들을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이 순경은 흉기에 찔린 부위가 다행히 치명적인 위치는 아니어서 수술을 받은 뒤 회복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 경장은 장기 파열에 따른 과다출혈로 병원 도착 전 이미 숨을 거뒀다.

중국 정부 반응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사망한 고 이청호 경장 현장 검증이 실시된 인천해경전용부두 중국어선 루원위호 조타실에서 이 경사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는 청다웨이 선장이 범행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사망한 고 이청호 경장 현장 검증이 실시된 인천해경전용부두 중국어선 루원위호 조타실에서 이 경사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는 청다웨이 선장이 범행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떤 상황서도 중국 어민들에 무기 쓰지 마라”

이청호 경장의 사망 사고 당일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 대변인은 “중국은 관련 부처를 통해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 대책, 규정 위반행위 방지 대책을 여러 차례 취했다”고 밝혔다. 사과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였다. 그러면서 “한국 쪽이 (해당) 중국 어민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도주의적 대우를 해주길 바란다”는 요구를 하기에 이른다.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에 대한 별도의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없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한국인들의 분노가 들끓자 중국 외교부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3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 어민에게 무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서 아시아 외교를 총괄하는 부서인 아주사의 뤄자오후이 사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일쯤 지난 이듬해 1월 5일 <인민일보> 누리집인 인민망이 마련한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한국 해경의 사망은 유감이지만 중국 어민이 관련 해역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것은 주로 생계를 위한 것”이라며 “이런 사건은 어업 질서에 관련한 개별 사안이며 양국 관계의 큰 틀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옹진군 대 연평도 북쪽 해안 근처 바다에서 중국 어선 200여척이 밤샘 불법 조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다. 중국어선 뒤로 북쪽의 갈도가 보인다. 중국 어선들은 쌍끌이용 그물로 어종이 크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은 우리 해역 해안선 100m까지 들어와 버젓이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연평도/ 김봉규기자 bong9@hani.co.kr
인천시 옹진군 대 연평도 북쪽 해안 근처 바다에서 중국 어선 200여척이 밤샘 불법 조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다. 중국어선 뒤로 북쪽의 갈도가 보인다. 중국 어선들은 쌍끌이용 그물로 어종이 크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은 우리 해역 해안선 100m까지 들어와 버젓이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연평도/ 김봉규기자 bong9@hani.co.kr

<환구시보> “한국 미쳤나”

해경 살해 사건이 발생한지 4년여가 지난 2016년 10월 7일 중국 어선이 한국 해경정을 충돌해 침몰시킨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11일 “우리 정부가 필요시 중국 불법 조업 어선에 대해 선체 충격 및 함포 사격 등을 통한 대응을 선언한다”고 발표한다. 한국 정부가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향해 처음으로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 정부에 대해 막말을 퍼부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의 대응책 발표 다음 날인 12일 ‘중국 어선에 포격을 허가한다니 한국 정부 미쳤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나라 위아래 모두가 민족주의 집단 발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 선원들을 향해서도 “그 어민들은 바다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라며 법치 관념이 약한 ‘일부 어민들의 소행’으로 돌리며 동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 해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흉악한 해상 행정기관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정치권·정부 반응

중국 쪽이 몇 년에 걸쳐 적반하장 식 입장 표명을 한 것과 달리 한국 정치권은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 당일에도 별다른 의사 표명이 없었다.

사고 당일인 12일에는 자유선진당만이 유일하게 대변인을 통해 논평을 냈다. 문정림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사고 직후 “희생된 특공대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말씀을 전한다”며 “흉포화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및 폭력적 저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도 “불법조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속 이후에 부과되는 담보금의 수준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개인 차원의 의견을 냈다. 강 의원은 “현 수준의 보증금은 중국 어선이 한국에 보증금을 납부하더라도 불법어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기대이익이 더 큰 경우 억제 효과가 크지 않아 불법조업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당은 우리 해경이 살해당했는데 정치권이 침묵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일자 부랴부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3일 정부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의 반응도 정치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청호 경장 사망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듯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이 경장의 영결식에 참석하는 대신 최동해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통해 서한문을 보냈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야 유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이 경장의 영결식 전날 사망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에게는 사망 뒤 1시간 만에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빈소까지 방문해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국인 선장 “자백하면 사형당할까 겁이 나 거짓말했다”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 중에 사망한 고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 현장 검증이 실시된 인천해경전용부두 중국어선 루원위호 조타실에서 이 경사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는 청다웨이 선장이 범행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 중에 사망한 고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 현장 검증이 실시된 인천해경전용부두 중국어선 루원위호 조타실에서 이 경사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는 청다웨이 선장이 범행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청호 경장을 살해한 혐의를 부인해오던 중국 어선 선장은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혐의를 시인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는 2011년 12월 19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저의 실수로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한 사실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해경은 “중국 어선 선장이 ‘자백하면 사형을 당할까 봐 겁이 나서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듬해 4월 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이 계획적인 데다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은 점, 유족이 무거운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 12부는 4월 19일 선고공판에서 중국 어선 루원위호 선장 청다웨이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청호 경장을 숨지게 한 행위에 대해 계획적인 살인이었다기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의 경우 양형 기준인 권고형량(9년~20년4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권고형량 상한을 초과한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 5부는 같은 해 9월 13일 열린 항소심에서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시간이 약이란 말은 거짓말 같아요”

고 이청호 경장의 어머니가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 전용부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아들의 영정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고 이청호 경장의 어머니가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 전용부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아들의 영정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빠 … 시간이 약이란 말은 거짓말 같아요 . 친구들이 아빠 얘기할 때 나도 내 아빠 얘기하고 싶은데 … 하지만 괜찮아요 , 아빠는 우릴 지켜 주실 거니까 살아계실 때 못 드린 말 … 아빠 사랑해요.

-고 이청호 경사 딸 지원 양 , 1주기 추모비 제막식에서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 중

고 이청호 경장이 순직한지 1년이 지난 2012년 12월 12일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인천 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는 이 경장의 흉상과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고 이청호 경장의 빈소가 마련된 인하대학교 장례식장에서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조문하는 가운데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고 이청호 경장의 빈소가 마련된 인하대학교 장례식장에서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조문하는 가운데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 자리에서 이 경장의 딸 지원 양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행사장에 함께한 이 경장의 동료 경찰관 등 400여 명도 이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슬퍼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이 경장의 부인과 딸 지원, 아들 영훈·명헌 군은 이 경장의 얼굴을 1.2배로 확대 제작한 흉상을 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경장의 동료들과 시민들의 성금으로 2012년 12월 21일과 28일 충남 천안 해양경찰학교와 인천 월미공원에도 이 경장을 기리는 흉상이 건립됐다. 아울러 해양경찰청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된 뒤인 2015년 12월 우리 해경 경비함정 가운데 최대 규모인 삼봉급 2번 함이 고인의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이청호함으로 명명됐다.

고 이청호 경사 /사진공동취재단
고 이청호 경사 /사진공동취재단
고 이청호 경장은 1996년 특전사 예비역 중사로 전역한 뒤 1998년 순경 특채에 통해 해양경찰에 몸담았다. 이 경장은 특수구조단, 특수기동대, 특공대 폭발물 처리팀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 영해를 지켰다. 정부는 고인의 순직을 인정해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시켰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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