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반, 동이 터오는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에 오징어 채낚기 어선 한 척이 들어선다. 경매인들이 어선 주변으로 몰려들어 오징어를 살핀다. 경매를 알리는 소리에 이어, 중개인이 “12번 5개(100마리) 6만4000원, 7번 10개(200마리) 6만2500원…” 낙찰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경매는 금방 끝났다. 이 배 말고 이날 아침 주문진항에 더 들어온 오징어 채낚기 어선은 단 한 척이었다.
오징어는 10월부터 12월까지가 주어기다. 그러나 오징어 주산지라는 이곳에서 주어기의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선원은 “한번 나가면 400~500마리 넘게 잡아야 인건비라도 건지는데 요즘엔 200~300마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오징어 어획량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통계를 보면, 오징어 연간 어획량은 2005년 18.9만톤, 2010년 15.9만톤, 2016년 12.1만톤이었다. 올해는 9월까지 5.44만톤이 잡혔다. 시장가격은 경제법칙을 정확히 좇는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누리집에 나오는 25㎝ 안팎 500~700g 국내산 생물 오징어 2마리의 가격은 지난해 12월이 6722원, 올해 12월이 1만216원이다. 더는 서민의 반찬과 안주가 아니다. ‘금징어’다.
어획량 감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연근해 수온 상승뿐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탓도 크다. 주어기에 오징어는 동해 북부 해역에서 남부 해역으로 남하하는데,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서 길목을 막고 걸태질을 한다. 한·중·일 세 나라가 온난화를 막고 어종을 지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오징어는 우리 바다에서 제2의 명태가 될지도 모른다.
경매가 끝난 생오징어를 도매상인에게 넘기고 있는 선원들의 얼굴이 어둡다.
강릉/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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