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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 고모의 사랑, 잊지 않을 거지?

등록 2017-12-22 19:56수정 2018-01-04 12:33

[토요판] 남지은의 조카 덕후감

13. 숙명의 시간

올케: “대현아 전화받아봐, 고모야.”

조카: “고. 모.”

고모: “대현아 밥 먹었어?”

조카: “네. 에.”

고모: “뭐 먹었어?”

조카: “어….”

고모: “대현이 지금 뭐 해?”

조카: “음….”

고모: “대현아???”

조카: “…(엄마 뭐라고 해야 돼?)”

뭐? 뭐라고?? 아 이제 헤어질 때가 됐나 보다. 전화하면 노래 불러주고, 연신 사랑해 쪽쪽쪽거리더니 이젠 대답도 잘 안 한다. “생일 선물로 받은 레고 조립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올케는 둘러대지만, 아니다. 이젠 내가 관심 순위에서 멀어진 거다. 고모보다 레고가 더 좋다는 소리다.

공사가 다망해지기도 했다. 친구도 많아지고, 숙제도 늘어나고, 공부도 해야 하고, 갖고 놀 것도 많아지고, 집에 와도 할 일이 태산이다. 얼마 전에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했다. 본인은 아니라는데, 그럼 손은 왜 잡고 걷는 건데! 흥칫뿡!

조카가 커가면서,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고모를 만나면 좋아는 죽는데 안 보면 보고 싶어 찾지는 않는다. 헤어질 때도 울기는 하는데, 돌아서면 금세 잊고 잘 논다. 고모를 생각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때마침 입학통지서도 받았다. 내년에는 ‘남초딩’이다. 유치원보다 더 큰 사회인 초등학교에 가면 가뭄에 콩 나듯 생각할 것이다. ‘경험자’들의 말처럼 이제 나도 현금지급기로 전락하는 건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게 이런 건가. 그냥 동생네 얹혀살아?

만감이 교차하지만, 숙명이려니 받아들이려고 한다. 초등학생이 되는 조카도 이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테니. 그런 의미에서, 조카의 새로운 시작이 펼쳐질 2018년을 앞두고,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조카 사랑을 노래 불렀더니 ‘토요판’에서 칼럼 연재를 제안했고, 지난 2월부터 ‘조카덕후감’이라는 이름으로 3주에 한번씩 찬양을 해댔다.

너무 예쁜 조카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어서 좋았고, 칼럼 때문에라도 조카를 더 자주 보게 되어서 행복했다. 덕분에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조카와 함께 다큐멘터리도 촬영하는 등 좋은 추억도 남겼다. 수많은 이모, 고모, 삼촌들한테 공감의 메일도 받았고, 나와 같은 마음의 댓글을 볼 때마다 흐뭇하기도 했다.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고모와 결혼하겠다’던 조카가 조만간 ‘고모 용돈 줘’라는 말만 반복할 것입니다. 그래도 슬퍼하지 마십시오. 고모, 이모, 삼촌들의 숙명입니다.” 칼럼은 끝나지만, 조카 사랑은 변함없다.

마지막으로, 이 칼럼의 주인공 남대현군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환한다. 올케 송미현씨가 인터뷰했다. 칼럼을 쓰는 동안 조카도 부쩍 자랐다.

―자기소개 한번.

“안녕하세요 남대현입니다.”

―고모가 칼럼에 연재한 것 알고 있어?

“그게 뭐야?”

―고모가 대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하는 거야. 엄마가 다 모아서 스크랩해서 나중에 대현이가 크면 보여줄 거야.

“우헤헤헤.”

―대현이도 고모 사랑하지?

“응.”

―얼마만큼?

“별만큼.”

―잊어버리면 안 돼, 대현아.

“응.”

―고모 사랑해요 해.

“고모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쪽쪽쪽쪽쪽.”

아, 살면서 인터뷰라는 걸 해볼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 마지막까지 퍼주는, 이 고모의 하늘 같은 사랑. 잊지 말거라! <끝>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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