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중에서 30대가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동안 전국 15살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민희망지수’ 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현재 삶의 만족도와 개인·사회·국가·세계 등 4개분야에서 각각 5가지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야별 만점은 10점, 항목별 만점은 5점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30대는 집단우울증을 의심할만큼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만족도 점수가 낮았다. 30대는 현재 삶의 만족도(3.09점)·정신 신체의 건강(3.04)·경제상태(2.50)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평균보다 낮은 만족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개인·사회·국가·전세계적 등 전반적 미래 희망 수준도 낮았다. 50~60대는 지난 2016년 조사에서는 희망에 가장 큰 기대감을 보였지만 2017년 조사에선 가장 절망적인 세대로 분류됐다.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부모의 경제력’이 지난해에 이어 첫번째로 꼽혔다. 특히 20~30대의 경우 ‘부모의 경제력’의 영향력을 크게 본다는 응답이 과반으로 나타나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는 삶’이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에서 확산 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의 노력은 지난해에 비해 6.2%포인트 줄어들고 ‘부모의 경제력’과 ‘타고난 재능’을 꼽은 의견은 각각 2%포인트, 8.9%포인트 늘어났다.
한국 내에서 사회적 차원의 희망은 지난해 4.37점에서 2017년 5.15점(10점 만점)으로 늘어났지만 개인적 차원의 희망은 지난해 6.26점에서 올해 6.04점(10점 만점)으로 줄었다. 응답자들은 ‘건강’·‘지인들과 교류’ 등 개인적 차원의 희망을 묻는 5개 항목 중 '취업 및 사업기회' 항목에 가장 낮은 2.91점을 줬다. 이 항목은 전 세대에서 점수가 낮은 편으로, 특히 은퇴 뒤 경제활동이 꼭 필요한 60대의 경우 부정적 전망이 가장 높았다. 나머지 항목의 평균 점수는 ‘경제 상태’ 3.17점, ‘본인이 원하는 적절한 시간사용’ 3.29점, ‘건강상태 유지’ 3.38점, ‘가족·지인과 교류 및 관계’ 3.55점이었다.
응답자들이 전체 4개 분야에 매긴 점수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대는 혼자 있을 때 가장 희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는 개인수준에선 만족도와 희망점수가 큰 반면, 사회·국가·국제적 수준에서는 가장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는 개인적 차원의 희망 점수가 가장 높은 6.27점이었으나, 국가(5.30점)·사회(4.63점)·세계(4.81점) 분야에서는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낮았다
희망제작소는 이번 조사결과를 두고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삶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기회의 부재로 개인의 희망도 사라지는 사회”라고 평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희망은 사라져 가고 있고 소득이 낮은 계층부터 ‘삶’과 ‘희망’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국가정책과 개인의 삶이 연계될 수 있도록 시민의 삶과 괴리되지 않는 사회지지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신뢰수준은 95%에서 ±3.1%포인트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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