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유가족이 재난 유가족을 위로한다

등록 2018-01-08 19:08수정 2018-01-08 21:28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오는 11일 방송
시비에스·416연대 등 함께 만들어
첫회 출연자는 고 이한빛 피디 동생 이한솔씨
유경근(왼쪽)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조종규(오른쪽)씨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경근(왼쪽)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조종규(오른쪽)씨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검 일부가 건물 잔해물에 섞여 버려졌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난지도 쓰레기장에 가서 뒤졌는데…, 정말 유해가 나왔어요.”

오빠는 마이크 앞에서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3년 전 27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막내 여동생 이야기를 전하는 2시간 내내 두 손에 휴지를 꼭 쥐고 있었다. 4년 전 바다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는 안타까운 듯 연신 팔을 쓸어내렸다.

8일 <시비에스>(CBS) 3층 스튜디오에선 특별한 녹음이 진행됐다. 진행자는 세월호 참사로 딸 예은이를 떠나보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게스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사망자 중 가장 늦게 여동생의 주검을 찾은 조종규(54)씨였다. 8남매의 막내였던 동생 은경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10일 만에 백화점에 들렀다 숨졌다.

이내 슬픔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동생 나이 또래(주검)가 전농동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 갔는데, 여동생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영정도 없이 상만 차려놨는데 다른 유가족이 와서 우리 딸이라고 해요. 다시 확인해 보니까 아니었어요”(조종규씨) “예은이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왜 가족인데 주검을 못 알아보냐고 하는데, 세월호 때도 주검 뒤바뀐 일이 많았어요. 같은 경험을 이야기하시니 안타깝네요.”(유 위원장)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서도 공감을 나눴다. 조씨는 “저희 어머니가 90살이신데 치매에 걸리셨거든요. 그런데도 정신이 돌아오시면 매번 은경이를 잊지 말라고 말씀하세요”라고 했다. 유 위원장은 “기억을 놓는 동안 동생 분을 만나고 돌아오시는 것일 수도 있어요”라며 위로했다.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방송 녹음 중간에 진행자 유경근(왼쪽)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조종규(오른쪽)씨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정혜윤 <시비에스> 라디오 피디다.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방송 녹음 중간에 진행자 유경근(왼쪽)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조종규(오른쪽)씨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정혜윤 <시비에스> 라디오 피디다.

녹음 시간 2시간 내내 조근조근 이어지던 목소리는 책임자 처벌에 이르러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 붕괴 위험을 알고 있던 임원들은 모두 대피했다. 세월호에서도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선장이었다. 조씨가 “사람이 몇명이 죽었는데 그렇게밖에 처벌할 수 없느냐”고 하자, 유 위원장도 흥분한 목소리로 “두 사건이 너무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날 녹음 뒤 조씨는 “20년도 더 지난 사건을 왜 다시 꺼내 상처를 주느냐는 이야기를 들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내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털어놓고 나니 너무나 후련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방송에서 털어놓는 자체가 치유나 위안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비에스>와 4·16연대, 4·16가족협의회가 함께 만드는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은 오는 11일부터 방송된다. 대구 지하철 참사, 용산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의 유가족들이 게스트로 나올 예정이다. “‘다가올 재난을 막고 슬픈 사람들을 돕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피해자 가족이 생각한 그때부터 그들은 더이상 희생자이길 멈췄습니다.” <세상 끝의 사랑>의 오프닝 멘트다.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연대의 한 방식이 모습을 곧 드러낸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