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다스 본사로 조사원 40여 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파일을 확보하는 등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5일 다스 본사 입구 모습. 연합뉴스
정호영 전 비비케이(BBK) 특검팀이 밝혀냈던 ‘다스 비자금’ 전체 규모가 120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여러 검찰 관계자가 밝혔다. 이는 정호영 특검팀이 지난 5일 “특검 수사 당시에는 120억원 외에 다른 자금이 발견된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짓해명 의혹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2008년 당시 거액의 비자금을 밝히고도 규모와 용처 등 관련 사실을 일체 공개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8일 한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비비케이 특검이 2008년 수사 때 찾아냈던 다스 비자금의 전체 규모는 120억원보다 훨씬 컸다”며 “다스 전직 관련자들의 추정이나 주장이 아니라 당시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다스 비자금의 전체 규모는 120억원을 상회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수사 개시 이후 특검이나 특검보가 120억원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120억원을 기정사실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스의 비자금 규모가 120억원을 넘느냐 여부는 관련자들의 형량은 물론, 향후 이어질 수사로 특정될 혐의의 공소시효와도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선 경리직원 조아무개씨 등이 관리하다 비비케이 특검 뒤 다스 계좌로 옮겨갔다는 120억원 외에 다른 ‘관리자’ 또는 ‘경로’의 비자금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스 비자금의 전체 규모가 12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찰 안에선 정 전 특검뿐 아니라 비비케이 특검에서 다스 수사를 사실상 총괄한 박정식 부산고검장 등 현직 검찰 간부들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비자금 조성 의혹의 ‘키’를 쥐고 있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경리직원 조씨 등에게 검찰이 언제 소환을 통보할 것인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α
’ 비자금은 어느 정도 규모?
2012년 말 <한겨레>는 ‘정 전 특검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이번 사안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한겨레>는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 증언을 토대로 “2008년 1~2월 특검이 다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여,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130억~150억원의 부외자금(비자금)이 다스에서 조성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런 의혹 제기는 그해 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제대로 된 확인 과정도 없이 흐지부지됐지만, 지난해 새 정부 출범 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이런 의혹에 대해 다시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고발과 이를 전후한 언론의 보도가 모두 ‘120억원’으로 특정됐고, 급기야 과거 특검 쪽도 지난 5일 “당시에는 120억원 외에 다른 자금이 발견된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언론 맞춤형’ 해명을 내놓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금껏 비자금 규모에 대해 정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당시 <한겨레>에 비자금 규모를 전했던 이들의 증언(130억~150억원)을 따르면, 이른바 ‘+α’ 비자금은 최소 10억~30억원 규모가 되는 셈이다. 최근 검찰 관계자들이 “훨씬 상회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금껏 언론 등에서 언급됐던 120억원 역시 “비자금을 담당했던 경리직원 조아무개씨 1명이 관리했다가 특검 조사 이후 다스로 되돌려준 액수를 통해 추정했던 총액이지, 정확한 비자금 규모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α
’ 비자금…공소시효 연장할 수 있을까
검찰이 차차 밝혀야 할 부분이지만, ‘+α’ 비자금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향후 이어질 수사의 성패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목은 바로 공소시효 문제다.
정 전 특검의 특수직무유기혐의 공소시효가 10년이 되는 오는 2월21일 만료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다만 다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이들의 공소시효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2007년 12월21일에 현행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연장됐는데, 횡령을 전제로 한 다스의 비자금 조성의 경우 개정 전 기준으로 하면 10년이고, 개정 뒤엔 15년이 적용된다.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한 시점이 법 개정 전이라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이 경우 검찰은 당시 횡령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면 검찰이 2007년 12월21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횡령이 이뤄진 사실을 밝혀낸다면 공소시효에 여유가 생기고, 당시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을 끌어내기도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경리직원 조아무개씨가 관리했다는 비자금 120억원의 경우 현재로선 법 개정 이전에 이뤄진 횡령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로서는 ‘+α’ 비자금이 2007년 12월 이후에도 지속해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강희철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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