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안광한·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 등 전직 경영진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영기)는 11일 <문화방송> 안광한·김장겸(61) 전 사장과 권재홍(58)·백종문 전 부사장(59) 등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안 전 사장 등은 2012년 파업 이후 사쪽과 갈등을 빚어온 <문화방송> 제1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신설한 뒤 사쪽에 비판적인 조합원들을 보도·방송 등 현업에서 빼서 전보 발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부당 인사조처된 조합원들은 2017년 3월까지 37명에 달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구로구 등 상암동 본사 외곽에서 마련된 두 센터는 <문화방송> 조직 개편 4일 전까지도 인력 구성 방법 등에 대한 내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구체적인 업무가 확정되지도 않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문화방송> 간판이나 집기, 방송 장비 등도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을 격리시키기 위한 용도로만 급하게 인사 조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사장 등은 2014년 5월 임원회의에서 본부장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한 보직 간부들을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도록 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조치하겠다”며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티브이(TV)파트 부장을 라디오뉴스팀 팀원으로 강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사장과 백 전 부사장은 각 센터가 조합원들을 현업에서 배제시킬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어 왔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해 3월 조합원 9명을 추가로 전보 발령해 노조 운영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 권 전 부사장, 백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승진 대상자를 심사하면서 2012년 파업 당시 정직처분을 받아 소송을 낸 노조원들을 위해 탄원서를 작성한 조합원 5명을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노보를 뭉치째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뒤, 모든 기자들에게 노조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은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본부장은 센터 설립 실무 작업은 했지만 실제 인사에 관여할 위치에 있진 않았다”며 “센터가 조합원들을 격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소속 부서원에 노조 탈퇴를 종용한 박용국 전 미술부장에 대해선 상부 지시에 따랐다는 점, 종용 횟수가 1회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들과 함께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재철 전 사장은 국정원 방송장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 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한편 검찰은 권재홍 전 부사장 면접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인 기자·앵커·피디(PD)의 현업 배제를 유도하는 발언을 한 고영주 등 방문진 이사들에 대해 “일부 노동청에서 수사하고 있고 검찰 송치되면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소수의 조합원을 상대로 단발성 인사를 하는 것과 달리 이 사건은 사쪽이 수년간 다수의 조합원을 상대로 조직개편과 인사권을 동원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문화방송> 사건을 송치받은 뒤 수사를 벌여왔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