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통인동 집무실에서 이상득 의원과 인사하는 모습. <한겨레21>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자 이명박 정부 시절 최고 실세로 통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또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설 위기에 몰렸다. 이번엔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다. 검찰의 ‘이명박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재임 중 권력형 비리가 없어 다행”이라는 이 전 대통령이 갈수록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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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상납 자금 규모 커지나? 검찰이 22일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상득 전 의원은 청와대를 거치지 않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직접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만사형통’(모든 것은 형을 통한다), ‘영일대군’, ‘상왕’ 등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만도 여러 개였을 만큼 당시 대통령과 버금가는 그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이 전 의원의 ‘등장’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이명박 국정원’의 자금 횡령 범위가 애초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시기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이던 2011년 2월께로 파악하고 있는데, 당시는 국정원 요원 3명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특사단의 호텔방에 침입했다가 발각돼 원 전 원장이 여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을 때다. 원 전 원장이 위기 돌파를 위해 국정원 돈을 ‘실세’들에게 광범위하게 뿌렸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주 원 전 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원 전 원장의 부인 이아무개씨를 소환해 조사할 때도 ‘국정원 자금을 불법 유용한 부분을 들여다보는데,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별도의 돈’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향후 수사에 따라 ‘이명박 국정원’의 불법 자금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명박 국정원’의 살림을 오래 담당했던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당시 국정원에서 일했던 이들이 검찰 조사에서 ‘부인’으로만 일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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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포스코 이어 국정원 돈까지? 이 전 의원은 이번 검찰 수사가 아니라도, 이명박 정부 시절 기소된 다른 혐의로 아직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그는 2012년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3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2014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전 의원은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아 이듬해 12월 불구속기소됐다. 포스코가 자신의 측근들이 소유한 포스코 협력업체 3곳에 거액의 용역을 주도록 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였는데, 당시 이 전 의원 쪽이 받은 액수가 2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3개월을 선고했지만, 고령인 이 전 의원의 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친형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이 전 대통령의 처지도 더 곤란해졌다. 검찰은 최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국정원 돈 1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관저 직원 ㄱ씨를 소환해 김 전 부속실장과 대질신문을 벌였고, ㄱ씨도 사실관계 일부를 인정했다고 한다. ㄱ씨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담당했던 직원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