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앞줄 왼쪽 둘째)이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다스 비자금 의혹 관련 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6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김동혁(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씨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문의 140억원은 다스의 비비케이(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논란과 겹쳐지면서 눈길을 끈다.
김씨와 대화를 나누는 다스 관계자 ㄱ씨는 “그 돈 140억. 그 자기앞수표로 만들어서 갖다 줬어요. 제가 줬어요. 그때, 이영배(다스 협력업체 금강 대표) 사장님이든가 내가. 그거 갖고 오라고 해서 그쪽으로 전달했는데. 제가 전달했는데요. 아니, 그건 회장님(이상은 다스 회장으로 추정) 안 가져갔어요. 왜냐면 그날 삼성의료원에 입원하고 계셔 가지고. 제가 병문안 병간호를 하다가. 그때 이○○(분명히 들리지 않음) 감사 그 자리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140억원이라는 뭉칫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영배 대표가 과거 2007~2008년 검찰·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됐던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 돈이 다스가 김경준씨로부터 돌려받은 140억원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경준씨는 미국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인 2003년 스위스 은행에 1500만달러를 넣어뒀고,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1년 2월 140억원이 다스로 반환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편법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미국 영주권자로 다스 쪽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재수씨를 엘에이(LA) 총영사로 임명했다. 김재수씨는 이후 소송 과정에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경준 관련 엘에이 총영사의 검토 요청 사항’ 등의 문건을 작성하는 등 다스 투자금 회수에 정부기관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비비케이의 다른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문제의 140억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다면 그동안 왜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까지 동원하며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애썼는지, 애초 비비케이 투자금이 이 전 대통령 돈이고 자기 돈을 돌려받기 위해 그랬다고 한다면 그동안의 의문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ㄱ씨를 수차례 만나보니 이영배 대표에게 가져다준 그 돈이 스위스 은행에서 받은 140억원인지 아니면 별개의 돈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며 “이 제보자는 외환은행 경주지점에서 김진 사장(다스 협력업체 에스엠 사장)과 동행하여 돈을 인출한 후 이영배에게 전달하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또 다른 녹취록에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언급도 등장한다. 김동혁씨는 “강경호(현 다스 대표)를 이상은씨가 반대 (…) 그래서 브이아이피(VIP·이 전 대통령으로 추정)가 이상득이한테 전화가 왔대 (…) 그래 가지고 집어넣은 거야 응? 강경호를”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상은 회장의 의사에 반해 강 대표를 다스 대표 자리에 앉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이명박 정부 시절 코레일 사장을 지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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