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세종병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차린 경남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나흘째인 29일, 전날 숨진 김아무개(86)씨를 포함한 희생자 39명 모두 장례 절차를 밟았다. 장례식장 부족 등으로 나흘동안 빈소를 차리지 못한 세종병원 의사 민아무개(59)씨와 강아무개(88)씨 등 5명도 이날 오전 밀양시내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렸다.
희생자 가운데 부검 대상자 4명 중 한 명이었던 강아무개(88)씨는 이날 오후 밀양 한솔병원 장례식장 2층에 빈소를 차렸다. 감기에 걸렸던 강씨는 ‘감기 증상이 혹여 폐렴으로 번질까’ 걱정한 자식들 권유로 사고 전날인 25일 세종병원 3층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변을 당했다. 강씨 남동생(58)은 “엄마를 구하러 병원으로 뛰어든 아들과 엄마 옆에서 병간호를 하던 딸도 이번 화재로 다쳤다”고 했다.
강씨 딸 엄아무개(45)씨는 사고 전날 병원을 찾아 병간호를 하다, 불이 나 3층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크게 다쳤다고 한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간 강씨 아들 엄아무개(56)씨도 어머니를 비롯한 환자들을 구한 뒤 유독가스를 마셔 밀양 시내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번 화재로 피해자가 한 가족에서 세명이 나온 셈이다. 강씨 동생은 평소 고인이 “한 평생 자녀를 위해 사셨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한 지인도 “젊었을 때 떡볶이, 김밥 장사를 해 5남2녀를 모두 대학 공부까지 마치게 하고 출가시켰다. 항상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았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며 안타까워했다.
29일 오전 경남 밀양 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희생자 이아무개(84)씨의 발인식이 치러지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8일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7명의 발인이 치러진데 이어, 참사 나흘째인 이날 가장 많은 15명의 발인이 치러진다. 희생자 빈소는 밀양시, 김해시, 부산시 등 장례식장 9곳에 분산돼 있다. 이날 아침 밀양 한솔병원 장례식장에는 세종병원 5층에 입원해있다 숨진 이아무개(84)씨 발인이 치러졌다. 10여분 남짓 이어진 영결식에서 고인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은 안치실에서 운구차로 고인 관을 옮기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푸른 한복을 입은 이씨 영정은 손주가 들었다.
이씨는 골다공증으로 다리가 불편해 화재 이틀전인 24일 세종병원에 입원한 참이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져 화재 이튿날인 28일쯤 퇴원할 예정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씨 막내 아들 윤아무개(48)씨는 “어머니가 다리가 아파 입원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혼자서 탈출하시려다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지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세종병원으로 달려간 이씨 장남은 두시간여동안 밀양 시내 병원 곳곳을 헤맨 끝에 밀양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 옮겨진 어머니 주검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씨 유족은 “5층에서 혼자 움직일 수 있는데 구조하지 못한 건 문제가 있다”며 “(시나 소방당국이) 아직까지도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께 밀양 희윤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번 사고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이아무개(35)씨의 발인도 엄수됐다. 이씨는 지난달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세종병원에 입원했다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이씨의 발인이 불교식으로 치러진 탓에 장례식장에는 한 동안 스님이 치는 목탁소리와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스님은 ‘나무아비타불’을 반복하며 이씨의 운구행렬을 이끌었고, 이씨의 여동생 두 명이 곡소리를 이어가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눈물을 흘리며 영정사진 속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씨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문아무개(13)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참사 이후 첫 평일인 이날도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시민 조문이 줄을 이었다. 분향소가 차려진지 사흘째일 29일 낮 1시 기준 6281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밀양/최민영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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