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셋째딸 교통사고 아니라 자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셋째딸 윤형(26)씨가 애초 삼성이 밝힌 것처럼 교통사고로 숨진 게 아니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한 것으로 드러나, 자살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 쪽은 27일 “윤형씨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살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각) 뉴욕 경찰과 시 검시국 보고서를 인용해 “윤형씨의 남자 친구 신아무개씨 등 2명이 19일 새벽 3시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윤형씨를 처음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발견 당시 윤형씨는 문에 전깃줄을 매달아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대 대학원 예술경영학과 1학년이었던 윤형씨는 맨해튼 남동부 이스트빌리지의 애스터 플레이스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언론들은 그가 최근 침체돼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중요한 의문은 왜 성공적인 젊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냐는 점”이라고 밝혔다.
삼성 쪽은 자살 이유에 대해 “막내딸로 처음 가족과 떨어진 유학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국내의 여러 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서가 발견됐는지도 분명치 않은 상태여서, 직접적인 자살 동기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윤형씨가 결혼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형씨의 자살 이유가 결혼 문제와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성가 주변에서는 윤형씨가 집안의 반대로 남자 친구와의 결혼이 벽에 부닥치자 상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화여대 재학 때부터 사귀어온 남자 친구 신씨는 ㅇ대 경영학과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형씨 집안에서 신씨와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삼성 쪽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윤형씨 또래의 젊은이들 가운데 이성이나 결혼 문제로 한두 번쯤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떠안게 된 중압감에 무게를 뒀다.
삼성 쪽은 윤형씨의 사인을 감춘 이유에 대해 “사인이 밝혀지기 전에 교통사고로 알려졌고, 가족의 슬픔을 생각해서 고인의 죽음이 또다시 회자되지 않는 게 좋다고 봐서 (교통사고 사망설을) 바로잡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초 삼성 쪽은 윤형씨가 18일 뉴욕 인근에서 ‘치명적 교통사고’를 당한 뒤 19일 새벽 ‘의학적 사망’ 판정을 받았으며, 21일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러 주검을 화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홍대선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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