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검찰이 조직내 성폭력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전국 16개 지역에서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 회견 참석자들의 모습을 모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지현(45)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연수원 33기)의 용기있는 폭로로 촉발된 검찰발 ‘#미투’(#Me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에 많은 이들이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한다)의 성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도 피해자’라는 ‘미투’ 고발과 서 검사를 응원하는 연대의 목소리가 물결을 이뤘다.
이효경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은 페이스북에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의원이 춤추며 내 앞으로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며 여성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미투’ 대열에 섰다. 이 의원은 “서 검사의 폭로에 용기를 얻어 대한민국 여성들이 처한 공통된 생각을 용기 내어 폭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양대 대학원생 ㄱ씨도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지난해까지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한 대학원 강사는 “단둘이 만나고 싶다, 열렬한 관계가 되자”며 추근대거나, 손을 잡고 신체를 강제로 접촉하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담당교수는 “별 뜻 없이 순수하게 좋아해서 그런 건데 나이도 든 여자가 오해가 크다”며 학교에 진정을 내지 말라고 압박했다. 담당교수는 강사와 친한 사이였다. 불이익을 주겠다는 유무형의 압력에 ㄱ씨는 사건을 이제까지 공개하지 못했다.
경찰대를 나와 경찰로 일하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로 옮긴 임보영 기자도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경찰청 재직 때인 2015년 12월 직속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지만 가해자는 징계받지 않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서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225명은 이날 ‘서지현 검사를 응원합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지난 8년간 그가 감당해야 했을 고통과 절망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지금부터라도 용기 내어 준 그의 곁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위드유’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서 검사가 밝힌 성폭력 피해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도 샅샅이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50여개 여성인권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등 전국 15곳의 검찰청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가 서지현이다. 서 검사의 고통에 연대하고 ‘빽’ 없고 권력 없는 여성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용기 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지민 서영지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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