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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MB 당선인때 조카 이동형에게 ‘다스 맡아라’ 지시했다”

등록 2018-02-02 18:42수정 2018-02-02 22:03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단독 인터뷰]
“2008년 2월 청와대 안가서 MB로부터 들어
지시 직후 동형씨 관리이사로 다스 입사
가회동 집으로 다스 관련 보고 가기도 해”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연합뉴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2월 중순 참여정부가 마련해 준 삼청동 청와대 안가로 조카 이동형씨(이후 다스 부사장)와 만나 “김성우(당시 다스 사장)가 물러날 테니 다스는 네가 맡아라”고 말했다는 다스 전 경리팀장의 증언이 나왔다. 이때는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정호영 특별검사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이었다.

다스 주인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

<한겨레21>에 이 같은 증언을 한 이는 2001년부터 2008년 4월까지 다스의 경리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채동영씨다. 그는 “당시 이상은 회장(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이 입원해있던 일원동 삼성병원에서 이동형과 만나 함께 청와대 안가까지 동행했고, 이 자리에서 MB가 직접 이동형 씨에게 ‘네가 가서 해봐라, 잘해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만난 직후 이동형씨는 바로 다스에 관리이사로 입사했다. 채동영씨의 증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발언이라 주목된다.

채씨는 그동안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다스의 실제 주인’이라는 취지의 말을 해왔다. 그는 지난 해 12월 28일 검찰에 출두하면서도 “당선인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주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채 전 팀장은 자신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가 “이동형씨와 함께 삼청동 안가로 MB를 찾아가 들은 위의 발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시절부터 다스가 MB 것이라고 짐작은 해왔지만 그때 다스가 MB거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고 말했다. 채 전 팀장은 ‘다스 비자금 120억 횡령’ 혐의로 최근 피의자 신분이 된 다스 경리 직원 조아무개씨의 직속 상관이었다.

그가 털어 놓은 이날 상황은 매우 구체적이다. 정호영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무렵 이상은 다스 회장은 일원동 삼성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이때 이상은 회장의 아들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씨가 그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병원에서 만난 그에게 이동형 씨는 “MB를 만나러 가자”며 삼청동 뒤쪽 언덕 끝에 있던 청와대 안가를 향했다. 그는 “어두운 밤이라 건물 외형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옥 스타일의 집이 있었고, 문 앞에 경호원 2명이 서있었다. 출입하는데 별다른 제지를 받진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을 위해 마련해준 안가라를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이동형 씨의 만남은 15분 가량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다스의 상황과 특검 수사 등에 대해 언급한 뒤 이동형씨에게 바로 ‘다스를 맡으라’고 지시했다. 이후 이동형 씨는 다스의 관리이사로 부임했고, 자신의 측근인 최아무개씨를 회계과장으로 들였다. 채 전 팀장은 “MB의 허가가 떨어진 이후 이시형 씨가 다스로 오기 전까지 3~4년 간이 이동형씨의 전성시대였다”고 말했다.

채 전 팀장은 다스가 김경준 BBK 사장으로부터 14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BBK 투자 관련해서 김경준씨와 소송을 진행할 때 ‘다스와 MB는 상관이 없다’는 문서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영어로 번역해 공증을 받았다. 그 공증 서류에 맨 앞장에 MB가 직접 사인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 무렵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 서류에 결재를 맡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의 집사인 김백준(이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연락해 여의도에서 MB를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씨에게 “이 서류에 사인을 하면 14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김백준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등 주요 행사 초청장을 전달받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등 주요 행사 초청장을 전달받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채씨가 말한 안가의 존재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안가를 관리했던 한 비서관은 “당시 삼청동에 청와대 안가가 한 채 있었다. 참여정부는 쓰지 않던 공간을 당선인 신분이던 MB에게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안가 마당에 테니스장이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인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을 미뤄 볼 때 채씨 발언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겨레21>는 2월2일 직접 이 안가의 위치를 확인했다. 현재 안가 옆에는 주로 총리 공관에서 사용한다는 한옥채가 자리하고 있다. 이하 채씨와의 일문일답.

“처음부터 다스가 MB거란 것 다 알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언제인가.

=2000년도다. 누군가 MB를 소개해줘 취직 부탁을 하러 영포빌딩에 가서 처음 만났다. 함께 차 한 잔을 마셨다. MB가 ‘이력서를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 일주일쯤 있다가 오라고 해서 가니 대뜸 (다스의 본사가 있는) ‘경주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서울에 좋은 자리도 있을 텐데 왜 경주에 가라고 하나 싶었지만, 못 간다고는 못하니 간다고 했다.

-다스가 MB것이란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다스 입사 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그 당시 다스의 사명은 대부기공이었다.

-어떻게 알았나.

=(소개를 해준 분 등) 주위에서 다 그랬다.

-2008년 정호영 특검 때 조사를 받았다. 그때는 왜 특검에서 그런 얘기를 안 했나.

=내일 모레면 이제 대통령이 되실 분인데 그 얘기를 어떻게 하겠냐. 말할 엄두도 못 냈다. 그때는 수사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지침도 없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했다.

-다스를 퇴사한 이유는?

=정호영 특검 당시 미국에 근무하다가 특검 조사 때문에 들어왔다. 그 무렵 이동형씨가 회사로 오며 최아무개 회계 과장을 불러 들었다. 다스 경리 쪽 흐름을 파악하며 내 뒷조사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제 내가 있으면 안 될 자리구나’ 싶어서 관뒀다.

-이동형 씨는 어떻게 다스에 오게 됐나.

=정호영 특검 수사 막바지쯤, 당시 특별히 하는 일이 없던 이동형씨가 ‘MB가 있는 청와대 안가에 같이 가자’고 해서 동행한 적이 있다. 그때 이상은 회장이 입원해있던 일원동 삼성병원에서 이동형씨를 만나 청와대 안가까지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MB가 직접 이동형 씨에게 ‘네가 가서 해봐라, 잘해봐라’고 했다. 그리곤 이동형 씨가 다스 관리이사를 맡았다.

-청와대 안가는 어디였나.

=초행길이고 늦은 밤이라 가던 길은 정확이 기억나질 않는다. 삼청동 뒤쪽 언덕 끝에 있었다. 한옥집 스타일의 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물 외형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문 앞에 경호원 2명이 서있었는데 별다른 제지를 받진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인에게 마련해준 것이라고 들었다.

경북 경주시 다스 본사의 전경.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다스 본사의 전경. 연합뉴스

“BBK 투자금 회수때도 MB가 최종 재가”

-다스 경리팀장을 했기 때문에 같이 간 것인가.

=그런 것도 있고, 이동형 씨를 전부터 알고 있었다. 몇 번 따로 만나기도 했다. 이동형 씨는 다스에 김성우 사장이 있을 때는 아예 발을 못 붙였다.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김성우 사장이 떠나야 하니까 자리를 허락 맡으러 간 것이었다.

-병상에 이상은 회장이 있는데도.

=(수사 끝나면 김성우 사장이 물러날 것이니) 한 자리 꿰차러 MB를 만나러 직접 간 거다. MB는 길게 얘기 안하고 ‘네가 가서 해보라’고 얘기했다.

-2008년 정호영 특검은 ‘다스는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고 봤다. 영포빌딩 근처에서 다스 직원들이 현금을 뽑아 이상은 회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알리바이도 있었다.

=영포빌딩에 가는 건 이상은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이명박을 만나러 가는 거다. 영포빌딩은 이명박 사무실이지 애초부터 이상은과는 관련이 없다.

-특검 수사 결과가 이상했겠다. 다스 경리팀장을 지낸 입장에서 다스는 누구 건가.

=처음부터, 특검 수사 받을 때도 다스가 MB것이란 건 다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나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재판이나 이런 데서 ‘다스가 MB것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고 말해왔을 뿐이다.

-MB가문의 패밀리 비즈니스가 이렇게 오랫동안 거짓과 은폐로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배경은 뭔가.

=차명, 다 차명이기 때문이다. 다스에서 김재정(최대 주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상은 회장은 자주 왔지만 뭘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모든 의사 결정은 김성우 사장이 다 했다. 그 다음이 이동형 전성시대다. MB의 아들인 이시형이 그 다음에 나선거다.

-다스의 BBK 투자금 190억도 그럼 MB 것인가.(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은 1985년 15여억원을 모아서 도곡동 땅 1천여 평을 이 전 대통령이 대표로 일했던 현대건설 등에서 샀다가 1995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그 매매자금 263억원 가운데 190억원이 다스로 들어가고, 다스로 들어간 돈 가운데 일부가 BBK로 넘어가 옵셔널벤처스라는 회사의 주가조작 자금원으로 쓰인다.)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로 기억하는데, 서류에 결재를 맡기 위해 김백준씨에게 연락해 여의도에서 MB를 만난 적이 있다. 김경준 쪽에서 자꾸 ‘MB랑 다스가 관련이 없다’는 서류를 요청해서 다스 주주 명부 등기부등본과 사업자 등록증 사본을 영어로 번역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증을 받았다. 그 문서 맨 앞장에 ‘나 이명박은 다스의 직원도 아니고 주주도 아니고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문구가 있었고 MB가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며 MB가 김백준에게 ‘이 서류에 사인을 하면 (BBK 투자금) 14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백준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 소송 비용을 다스가 100% 냈고, 청와대가 개입해 공권력을 동원해 BBK가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본 옵셔널벤처스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선수 채 받아낸 것 아닌가.

“가회동 집으로 다스 관련 보고 가기도”

-다스 관련해서 MB를 또 본적이 있나?

=연도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MB가 가회동 집에 살 때, 다스 중역들과 함께 보고를 갔던 적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경영 관련한 사항들과 중역들의 업무 애로사항을 들었다. 김성우 사장을 통해 이미 많은 보고를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 중역들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내려 보낸 사람들이었다.

김완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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