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문화장관의 초청으로 강연을 떠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명박 국정원’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을 수사 중인 검찰이 5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6년 만에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김 전 기획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김 전 기획관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특활비 상납을 지시하고, 수령과 보관 과정도 직접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고 김 전 기획관은 방조범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결과,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5월께 직접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고, 김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김주성 기조실장이 국정원 예산관에게 김 전 기획관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무렵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얘기했고, 김 전 기획관은 청와대 인근 주차장에서 1만권으로 2억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예산관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 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또 요구하자 김주성 전 실장은 류우익 비서실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해 “문제 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7~8월께 원세훈 전 원장에게 전화해 특활비 상납을 다시 요구했고, 이번엔 김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직원이 예산관한테 5만권으로 1억원씩 든 쇼핑백 2개를 청와대 인근에서 전달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돈 전달 과정에 대해 국정원 쪽이나 김 전 기획관, 청와대 직원 모두 (사실관계) 다툼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의 ‘최종 목적지’인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소환 시기를 검토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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