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6일 발표한 12건의 ‘우선 조사대상’은 검찰로서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뼈아픈’ 사건들이다. 법조계에서는 과거사위와 향후 꾸려지게 될 검찰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수뇌부를 포함한 주요 간부들까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전·현직 검사의 징계나 형사처벌까지 권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우리나라 권력기관 중 한 번도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은 기관”이라며 “징계 시효가 남았으면 징계도 권고할 것 같다. 과거사 정리라고 하면 인적 청산과 제도 청산이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위원회와 별도로 이날 선정된 개별 사건들을 실무적으로 사전 조사하기 위해 검찰 조사단도 꾸려졌다. 검찰 조사단은 수사 당시 사건 처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과 각 지방검찰청이 보관하고 있는 옛 사건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는 접근권을 보장받는다. 활동 기간은 6개월이며 필요하면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검찰 과거사위는 검찰 조사단의 사전조사 내용을 보고받고 정식 조사대상 사건을 선정하며, 징계나 처벌 등 향후 이어질 후속조처를 논의하게 된다. 또 이번 1차 우선 조사대상 선정과 별도로 2차 사전조사 사건 등을 선정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1차 대상에 선정된 사건들을 보면, ‘김학의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은 2013년 건설업자 윤아무개씨가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에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한 사건이다. 경찰이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찰이 출국금지 신청을 기각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사건 담당자들이 상당수 현직에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재조사 대상이 됐다.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민간인 등에 대해 총리실 직원들이 불법사찰한 의혹에 대해 2010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검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석연치 않은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민간인 사찰 사실은 규명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도로 증거자료를 파기하고 장진수 전 주무관 등 내부고발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또 2008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의 불법자금을 건넸다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 역시 검찰이 권력에 아부해 사건을 왜곡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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