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BBK 투자금 환수 소송중
변호사 비용 명목 수십억 받아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진술 확보
2009년 이건희 사면 대가 판단
이학수 전 부회장 소환조사 예정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검찰 관계자들이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이던 2009년 전후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다스의 비비케이(BBK) 투자금 140억원 강압 환수 과정에서 삼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 수십억원대 뇌물 성격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 쪽은 다스가 비비케이 투자금 140억원을 우선 환수하기 위해 김경준씨를 상대로 벌인 소송의 ‘변호사 비용’ 명목으로 삼성에서 수십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2009년 말 이뤄진 이건희 회장 사면의 대가로, 이 대통령에게 직접 건넨 ‘뇌물’ 성격이 짙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 회사라는 다수 참고인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소송 관련 돈의 수수 과정이 이 전 대통령 쪽에 전달된 정황이 있어 수사 중”이라며 “더 자세한 금품 수수 과정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의 소환 조사 이후에 가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다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지난 8일에 이어 이날도 삼성전자 영통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새로운 압수수색이 아니고, (시간관계상 중단된) 어제 압수수색을 속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그동안 석연찮은 다스의 미국 소송 과정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다스는 2000년 김경준씨가 운영하던 투자자문사인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비비케이의 불법행위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2001년 3월 등록이 취소됐고 투자금 중 50억원만 돌려받았다. 그러자 다스는 2003년 5월 김경준 전 비비케이 대표를 상대로 140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고,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뒤로도 미국에서 소송을 이어갔다. 삼성이 다스의 이번 변호사비 대납 논란으로 문제가 된 ‘에이킨 검프’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은 2009년 이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다스는 돌연 2011년 비비케이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는다. 그해 1월4일 비비케이의 투자 피해자인 옵셔널벤처스가 낸 소송에서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김경준 남매 등에 대한 횡령죄를 최종 확정하면서 옵셔널벤처스에 횡령금 37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는 그해 2월1일 스위스 계좌에 있던 돈 중 140억원을 옵셔널벤처스가 아닌 다스에 송금했다.
검찰은 다스가 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 김재수 전 엘에이(LA) 총영사관과 청와대가 개입한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다 삼성의 변호사비 대납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당시 에이킨 검프의 변호인 선임에 관여한 사람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었고, 검찰은 여러 경로로 확보한 계좌내역 등을 토대로 김 전 기획관을 추궁해 에이킨 검프의 변호사 비용 등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삼성이 거액의 변호사비를 대납한 것은 결국 그 뒤에 이 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국외 변호사비 지원 등 삼성이 진행한 일련의 로비가 2009년 12월 이 전 대통령이 국내외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원포인트 특별사면한 대가일 수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강희철 서영지 기자 hckang@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21> ‘훅’ | 다스 추적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