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입구.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인으로 꼽혔던 다스 협력업체 ‘금강’의 이영배 대표가 20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 대표뿐 아니라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이른바 ‘엠비(MB) 금고지기’들이 모두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 수사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대표는 하도급 업체와 고철을 거래하면서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 65억원을 조성하고, 감사로 등재된 다스 최대주주 권영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주인인 (주)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16억원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이 전 대통령 쪽에 흘러들어 간 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대표마저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이어 지난 15일 구속된 이병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사실을 시인하며 검찰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국장은 ‘서울 도곡동 땅은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는 이 땅의 매각대금 중 일부가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쓰인 만큼 다스의 실소유주를 규명하려면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군지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잇따라 다스의 실소유주를 규명할 결정적 진술을 내놓고, 검찰 역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면서 검찰수사도 이제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다스 경리직원이 횡령한 120억원과 별개로 회사 차원에서 조성한 조직적 비자금의 규모와 용처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소환은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3월 초가 유력하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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