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다스의 전무인 이시형(40)씨를 25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린 것에 발맞춰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위한 검찰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씨를 상대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관련 의혹을 비롯해 다스의 비자금 조성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 조사 결과, 다스는 이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 관계자 에스엠(SM)과 다온 등에 막대한 일감을 몰아줬다. 또 다스 관계사인 금강과 자회사인 홍은프레닝 등이 이씨 쪽에 50억원이 넘는 대출을 부당하게 지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에스엠은 창윤산업·다온 등 다스의 주요 하청업체이자 현대차의 2차 협력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사세를 불렸다. 검찰은 이씨가 하청업체 인수와 이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아버지인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보유한 다스를 사실상 우회적으로 상속받으려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씨는 서류상 이 전 대통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스에 2010년 입사해 4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달에는 이 전 대통령의 외조카 김동혁씨가 “다스가 비비케이(BBK)로부터 돌려받은 140억원을 (이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영감’이 시형씨를 통해 달라고 했다”고 발언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이씨의 소환은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 조만간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84) 다스 회장을 불러 조사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늦어도 다음 주에는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시점을 평창올림픽 직후로 잡고 올림픽 기간 동안 그의 재산관리인 등 최측근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왔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등과 관련해 지난달 김백준(78) 전 총무기획관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대북공작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한 보강 조사가 필요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여러 차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환 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자신의 재임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비서관을 지낸 정동기(65), 강훈(64) 변호사 등을 선임해 검찰 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 때 만든 청와대 기밀 문건을 빼돌린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로 체포된 김아무개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태호 서울중앙지법 당직 판사는 “피의자가 죄책을 다툴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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